유독탱크 청소하다 목숨 잃은 이주노동자, 방독면도 없었다

이주연대회의, 유독가스 배출업체 전수조사와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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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9 16:55 | 최종 업데이트 2016-06-09 16:55

"보호 장구 없이 원료 탱크 투입은 예고된 살인 행위...사지에 투입된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노동인권연대회의, 유독가스 배출업체 전수조사와 이주노동자 안전 교육 등 요구

지난 1일 경북 고령군 ㄷ 제지공장에서 원료탱크를 청소하던 네팔인 이주노동자 T 씨(24)는 탱크 안에서 숨졌다. T 씨가 3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탱크를 확인하러 갔던 한국인 노동자 송 모(58) 씨도 질식사했고, 송 씨의 비명을 듣고 뒤이어 탱크로 간 강 모(53) 씨는 현재 중태에 빠졌다.

제지 원료 탱크는 종이와 약품을 넣어 분쇄하거나 분해하는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탱크에서 맹독성 황화수소가 발생했다. 더구나 사고를 당한 이들은 기본적인 방독면조차 쓰지 않았다.

9일 오전 10시 30분,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연대회의)는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 안전불감증과 생명 경시가 빚은 참사에서 고용노동부 책임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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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회의는 "보호 장구 없이 원료 탱크에 투입된 것은 예고된 살인 행위이며, 사지에 투입된 노동자는 바로 이주노동자였다"며 "설비 비용 절감과 이윤 확대를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 경산시 히말라야 비전센터(네팔인 교회)의 어저역코마드 강도사는 "사고라는 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특히 이 회사는 안전 관리에 많이 부족했다. 간단한 안전장치도 없었고, 미리 교육도 하지 않고 탱크 안에 들어가게 했다"며 "특히 5일 동안 탱크를 청소하지 않아 평소보다 많은 유독가스가 있었을 거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한국 사람도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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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역코마드 히말라야 비전 센터(네팔인 교회) 강도사

조정훈 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노동부 관리⋅감독은 지나가면 그만이고, 산업재해는 은폐하면 그만, 벌금 내면 그만, 사업자 등록증 바꾸면 그만이다. 사업주는 눈 하나 깜짝 않는다"며 "기업살인법과 함께 고용노동부가 입법부에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제안해야 한다. 단순한 관리⋅감독으로 산재 사망이 줄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기자회견에 앞서 10시부터 함병호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장 등과 면담했다. 이들은 ▲사업주 구속 수사 ▲유독가스 배출업체 전수조사와 안전설비 구축 등 지속적인 관리⋅감독 ▲이주노동자 언어 등을 고려한 안전 교육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서부지청은 "구속 수사가 가능하도록 철저히 사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서부지청은 ㄷ 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한편, 연대회의는 T 씨 유족이 한국에 들어오는 대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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