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경남마산로봇랜드와 대구경북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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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하고 계약할 때 도장 찍어주면서 계약 변경 주요 내용은 해지 시 지급금 아닙니까? 그때 도장 찍어준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에요? 왜 (구상권) 청구를 못 해요? 대구시장이든, 그때 당시 찍어줬던. 결정했던 행정부지사든 해야될 것 아니야”

지난해 11월 경상남도 기획조정실 행정사무감사에서 대구시장이 소환됐다. 장병국 경남도의원(국민의힘, 밀양1)은 지난해 1월 경남도와 창원시가 최종 패소해 약 1,600여억 원을 민간기업에 물어주게 된 일로 기획조정실장 등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경남도는 경남마산로봇랜드 실시협약 해지 문제로 소송 끝에 민간사업자에게 해지 시 지급금, 소송 비용 및 소송 기간 동안 늘어난 이자 비용까지 포함해 1,662억 원을 창원시와 절반씩 나눠 부담했다. 소송 이후 경남도는 이 일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감사를 진행했고, 34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34명을 무더기 징계까지 했는데도, 경남마산로봇랜드 사태는 경남도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주 거론된다. 문제의 시작이 그로부터 잉태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은 홍 시장이 재선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그 무렵 경남도의 현안 중 하나가 로봇랜드 조성사업이다. 2009년 시작된 사업은 그 무렵 주요 사업자인 울트라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경남도와 창원시의 최대 현안은 울트라건설을 대신할 민간사업자를 찾는 거였다. 여러 기업이 물망에 올랐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윤한홍 당시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대우건설을 접촉해 민간사업자로 데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이 사업을 맡아 추진하던 중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1단계 로봇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과 2단계 숙박시설과 주변 편의시설 조성 사업 순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런데 1단계 사업 종료 후 민간사업자가 돌연 경남도 등과 맺은 협약을 해지해 버린 거다.

민간사업자의 협약 해지 이유는 행정기관이 1단계 사업 종료 후 주변시설 조성을 위해 자신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토지를 제때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는 협약 해지 이후 협약서에 명기된 해지 지급금을 내놓으라고 소송까지 제기했다. 협약서에 명기된 지급금은 1,000억 원. 소송이 길어지고 이자가 붙으면서 1,000억 원은 1,662억 원까지 불어났다.

그렇다면 홍 시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4월 공개된 경남도 특별감사 결과에서 홍 시장과 관련된 부분만 살펴보면 문제의 지급금이 명기된 협약서를 체결할 당시부터 업무가 부당하게 처리됐다는 설명으로 요약된다. 시작부터 문제였다는 의미다.

감사 결과를 보면, 당시 경남도는 실시협약 최종 변경안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 경남로봇랜드재단 이사회가 결정했고, 보고 과정에선 해지 시 지급금이 준공시점에 1,000억 원으로 확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결정 권한이 없는 걸로 지목된 재단 이사회는 홍준표 당시 도지사가 당연직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도의회에 제출한 실시협약 동의안에도 해지 시 지급금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1,000억 원이 확정됐다는 내용은 누락하고 민간투자법보다 18.5~25% 적은 금액으로 보고했고, 의회에 제출한 근거자료에는 해지 시 지급금이 확정된 최종안이 아니라 행정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협상안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한 결과를 담았다. 해지 시 지급금 타당성 검토용역도 실시했는데, 이 결과도 검토된 4가지 시나리오 중 실현 가능성이 가장 없고 행정 부담이 적은 내용만 인용·보고했다.

▲홍준표 시장은 경남마산로봇랜드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이는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두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잘못 채워진 단추로 시작된 사업은 결국 1,662억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 낭비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홍준표 시장은 떳떳하다. 지난해 1월 청년의꿈에서 누군가 이 문제를 묻자 홍 시장은 “제가 도지사 할 때도 내키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전임 지사가 이미 상당수 진행해 놓아 중단할 수 없었다”며 “대우건설과 맺은 재계약대로 했으면 아무런 하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상남도에서 벌어졌던 일을 이렇듯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번주면 대구시의회를 통과할 한 조례안 때문이다. 홍 시장과 대구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TK신공항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과사업비를 대구시가 선 보전하는 조례안이 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대구시는 국가가 보전할 수 있다는 특별법이 있고, 특별법에 따라 대구시가 기업에 선 보전한 예산을 국가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다.

정장수 경제부시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참여기업이)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을 느낀다면 이번에 조례로써 우리 대구시가 선 보전을 해주고, 우리 대구시는 국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든지 그렇게 해서 이중삼중의 사업성 보장을 해주자는 취지”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아마도 2015년의 경남 공직자들도 이렇듯 자신만만했을 거다. 홍 시장 말대로 ‘계약’대로 하면 문제없을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발생했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경남도와 창원시로, 아니 경남도민과 창원시민에게로 돌아갔다. 그때 그렇게 결정한 사람들, 주요한 일을 했던 이들 중 다수는 퇴직하고 경남도와 창원시를 떠났다. 국가에 구상권을 청구하든 하겠다는 정 부시장은 그때 어디에 있었고, 앞으로는 어디에 있을까. 훗날 오늘의 결정을 하는 그들을 다시 소환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