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한울 부당해고 노동자들, 복직은 했지만 또 순환휴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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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농기계 제조업체 조양·한울기공 노동자 11명이 회사로 복직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인용 이후 한 달 만이다. 하지만 사측은 이달 7일부터 순환휴직에 들어갈 거라 통보했고, 노조 간부에게는 징계위원회 회부를 예고하면서 여전히 노사 관계는 풀리지 않고 있다.

조양·한울기공은 전 직원이 29명으로, 지난해 5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대구지부 조양한울분회와 회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103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회사는 파업이 시작된 바로 다음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파업이 끝나고 사측은 노동조합 조합원 위주로 순환휴직을 진행했고, 분회장을 해고한 데 이어 조합원 11명을 해고했다.

▲대구 달성군 농기계 제조업체 조양·한울기공 노동자 11명이 회사로 복직했지만, 사측의 순환휴직 통보, 노조 간부 징계 예고 등으로 노사 관계는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6일 경북지노위는 이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며 사측에게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노동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조양한울분회에 따르면 판정서는 3월 26일 송달됐고, 사측은 강제이행금이 부과되기 하루 전인 4월 25일 복직을 시켰다. 사측은 해고기간의 임금을 순환휴직을 했다는 가정하에 70%만 지급했다. 또 정영민 조양한울분회 사무장에게는 복직과 동시에 대기 명령하고, 징계위원회 소집을 예고했다.

5월 7일부터는 순환휴직이 예고된 상황이다. 2개 조로 나뉘어 일주일씩 휴직을 하는 방식이다. 손기백 조양한울분회장은 “출근하는 첫날 대표가 사무장을 불러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뒤 (사무장의) 책상을 빼서 벽에 붙였다. 모니터도 빼 버리고 곧바로 징계위를 예고하는 등 인격모독적인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분회장은 “경북지노위는 원직 복직을 주문했는데, 사측은 일방적으로 순환휴직을 통보했다. 따져보면 원직 복직이 아닌 것”이라며 “올해가 임금협상 기간이라 대화를 진행 중이다. 노조는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마무리하자.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원청에 보여주자’고 하는데, 회사는 임금 삭감을 요구하며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지속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주장한다. 기경도 대표이사는 “직원들 복직 전에도 4월은 한 달 내내 일이 없어서 주 4일 근무를 했다. 작년 대비 70% 물량이 줄었다. 조양과 한울기공 두 회사 합쳐서 전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데, 이런 영세기업에 3개월 넘게 파업이 진행됐다. 어떤 모기업이 물량을 주겠냐”고 되물었다.

기 대표이사는 노조 사무장 징계위원회 소집에 대해선 “회사 자료를 허락도 없이 빼내서 법원에 제출했고, 그마저도 꾸며낸 내용이다. 법원에서도 위증을 했기 때문에 대기발령을 내린 상황이다. 다음주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법원에서 위증했는지 여부를 왜 대표이사가 판단하나. 법원에는 요청한 자료를 제출한 것 뿐이다. 앞전 부당해고 사유를 또 반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일영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지회장은 “노사관계를 정상화시켜서 교섭을 마무리하고 물량을 회복하면 된다. 물량 회복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임금 손실을 주며 제풀에 떨어져 나가길 기다리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지노위는 조합원 11명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지만, 사측의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는 기각했다. 이후 노동조합과 회사 각각이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손기백 분회장의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경북지노위에 이어 중노위에서도 기각됐다. 손 분회장은 “5월 23일 형사사건 1심 선고가 있어서, 이후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