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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적 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뇌병변장애까지 발생한 아들에 대해 아버지가 전적으로 돌봄을 제공해야 했던 사정을 감안하면서도, 살해는 정당화될 수 없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했다.
29일 오전 10시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A(65, 무직) 씨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적 장애인인 아들을 양육하던 중 2014년 아들의 뇌출혈 발생 이후 뇌병변 장애 상태가 되자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아들을 간병했다. A 씨는 간병에 정성을 다했으나, 사고를 당해 발가락을 절단하는 등 후유증을 겪게 되면서 아들 간병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돌봄 제공이 점차 어려워지며 A 씨 스스로도 우울증을 겪게 됐다.
재판부는 A 씨가 39년 동안 아들을 돌본 점, 사건을 접한 이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A 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을 포함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양형에 고려하면서도, 살인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사회와 국가가 보호해야 할 최선의 가치다. 이는 신체, 사회, 정신에 따라 다를 수 없다”며 “살인죄는 결과가 참혹하고 되돌릴 수 없어 책임이 무겁다. 부모가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자녀의 삶을 앗아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피고인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 피해자는 죽음을 예상하지 못한 채 극심한 고통 속에 삶을 마감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과 인간 생명의 존귀함 역시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현장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A 씨는 선고와 함께 구속됐다.
한편 A 씨 실형 선고에 장애인 부모 단체는 장애인 돌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통합돌봄지원법이 제정되고서도 여전히 현장에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현실도 지적했다.
허미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당사자의 존엄성을 부모라는 이름으로 침해한 행위에, 처벌이 이뤄진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개인을 처벌하고 끝나는 사건이어서는 안 된다. 아들을 40년 동안 돌본 A 씨가 이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사회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은 제대로 지적되고 있나”며 “사회를 처벌할 수 있다면 처벌해야 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적어도 국가나 사회가 그만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돌봄지원법이 제정됐지만 실제로 서비스화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지역사회 서비스가 서둘러 게시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감을 느끼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