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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다 퇴장했다고 합니다”
“뭐야”
“국민의힘 해체하라”
“국민의힘 공범이다”
국회가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나선 7일, 거리에는 대구 시민 6,000여 명이 쏟아져 김건희 특검과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표결 1시간 전부터 이미 1,000여 명이 거리를 채우고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은 오후 5시 방송 차량에서 국회방송을 중계하자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표결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부터 시작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만 마치고 본회의장을 퇴장하자 시민들은 “국민의힘 해체하라”라고 외치며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질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시민들은 ‘만약 부결된다면 어떨지’ 묻는 질문에 “생각도 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탄핵안 반대 의견을 시사한 상황.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곧이어 어떤 대한민국을 맞이하게 될까.
오후 5시 대구 중구 옛 한일극장 앞에서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시작했다. 집회에선 난생 처음 집회를 참석했다는 시민들이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집회에는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자리잡았다. 오후 4시부터 이들은 먼저 모여 자리를 깔고, 촛불에 불을 붙이며 서로 나눴다.
오후 4시부터 집회 대열 제일 앞쪽에 앉은 한 대학생은 집회 시작을 앞두고 기말고사 시험 자료를 뒤적였다. 대구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 이 모(27) 씨는, 광주 출신이다. 80년 광주를 직접 겪진 못했지만, 부모 모두 광주 출신이라 부모님으로부터 이어지는 ‘트라우마’를 알고 있다.
“계엄령 선포에 매우 당황했어요. 그리고 무서웠어요. 방송을 다 봤어요. 광주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너무 무서웠어요. 옛날 일이라도,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무서움이 있어요. 부모님들은 계엄을 직접 겪은 일이니까요. 이 집회에 온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진 않았어요. 분명 걱정하실 걸 아니까요. 탄핵안을 부결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상상도 하고싶지 않아요.” (이 씨)
대구 북구 대현동에 사는 시민 최 모씨(71) 또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탓에 집회에 나왔다. 최 씨는 이날 난생 처음 집회에 참석했다.
“윤석열의 계엄령은 헌법에도 법률에도 맞지 않습니다. 탄핵사유가 분명합니다. 윤석열의 잘못은 박근혜 때와 달리 너무 분명하고, 더 심각합니다. 증거도 명백합니다. 국민의힘은 방탄에 나서면 안 됩니다. 시간끌기도 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국민의힘 정당 자체에 마이너스가 됩니다. 지금은 명백한 자격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선거에 누가 유리할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순차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80년 광주 때 계엄령 선포했을 때도 대구에 살았습니다. 그때 광주 상황을 몰랐습니다. 나중에 광주를 알고,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았습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오후 5시 50분, 시민들은 중계방송을 통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부결 소식,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 퇴장 소식을 연이어 듣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구호를 함께 외쳤다. 같은 시각 국회에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이름을 모두 부르며 표결 참여를 호소한 후 표결을 시작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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