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열린 2025 세계노동절 대구대회, “대구 콘크리트는 이미 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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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청년 노동자가 무대 위에 올랐다. 올해 세계노동절 대구대회의 개회선언은 차민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성서공단지역지회 부지회장, 윤수빈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장, 이건희 영남대학교 학생이 맡았다. 이들은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다.

1일 오후 3시 대구에서도 민주노총 대구본부 주최로 세계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올해 본대회는 2.28기념중앙공원 옆 국채보상로에서 진행됐다. 구호는 ‘새 시대의 깃발을 울려라’다. 민주노총 조합원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시민들도 함께 했다. 장대비가 내렸지만, 주최측 추산 2,800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는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뒤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회 시작 즈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중반부부턴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를 이어갔다.

▲5월 1일 오후 3시 대구에서도 민주노총 대구본부 주최로 세계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형형색색 우비를 입고 대회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보수적이라 비난받고, 열악하다고 떠나가는 대구를 바꿔내자. 123일간 광장을 가득 채운 외침으로 대구의 콘크리트는 이미 깨졌다. 대구시민들은 대구가 극우보수들에게 ‘돌아온 탕아를 용서하고 받아주는 곳’으로 취급되길 거부한다”며 “최저임금 안 줘도 되는 곳, 노조를 탄압해도 되는 곳, 노동자들을 굴려 먹어도 되는 곳, 마냥 기업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권이 지켜지는 대구로 바꿔내자. 보수의 심장이 아닌 차별과 혐오가 없는 대구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기조발언에서 “윤석열과 노동탄압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 생존권을 외치며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용역깡패를 투입하는 자본을 넘어, 해고를 살인이라 외치며 고공에 올라야 하는 현실을 넘어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쥐어짜 산업을 유지해야 하는 세상을 넘어서자”고 강조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 이후 시국대회를 거치며 꾸려진 민주노총 대구본부 예비조합원 모임 ‘달곰이지부’ 조합원들도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기간제 노동자,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웹디자이너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권혁주, 박조은, 김상희 씨는 “윤석열 파면 광장에서 함께 외쳤던 민주주의를 일터로 돌아가 함께 외치고 싶다”며 당장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한다 하더라고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대구의 청년들은 대구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 대구가 노동자들이 노동하기 좋은 도시일 리 없다. 최저임금조차도 안 주려 수를 쓰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일자리 때문에 청년들은 대구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며 “청년이 유입되는 도시를 위해 뭘 할 수 있는가 묻는 질문에 홍준표 전 시장은 다른 데 가서 살라고 했다. 우린 그저 월급이 밀리지 않고,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지켜지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수 화물연대 대경지역본부장은 윤석열 정권 탄압 이후 상황과 정부에 전하는 요구사항을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안전운임제가 일몰되고 현장은 초토화됐다. 화물시장 노동강도는 더 심해지고 소득은 30% 이상 감소했다”며 “윤석열이 탄핵됐지만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안전해야 도로와 국민이 안전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했다.

손영숙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장은 지역의 노동정책, 정치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 본부장은 “지금껏 대구시가 제시한 노동 정책은 여전히 시장 중심적이고 제한적인 접근에 머무른다”며 “대구는 전국 대도시 중 생활임금제를 가장 늦게 도입했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최근 겨우 수립했지만 실질적 지원 체계는 부재하다. 우리 요구를 이제 법과 제도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날 대회 마지막 순서로는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단체, 진보정당, 대학생, 청년 19명이 함께 꾸린 ‘노동자 시민 합창단’이 노동의꿈, 탈환,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