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청산] ‘서울 시민’으로 돌아간 홍준표, 시청 익명게시판 부글부글 “박정희 동상도 가져가라”

대구시청 공무원 익명 게시판, 홍준표 비판글·댓글 봇물
“‘파워풀 대구’도 빼자”, “군위 편입이 잘한건가?”, “박정희 동상, 북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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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00일 가량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100+1 대구 혁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가 말하는 성과라는 게 과장되었고, 오히려 재임 기간 동안 시정이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은 후임 시장이 당선되어 새로운 대구 시정이 열리기 전까지, 홍준표 재임 1,000일이 대구에 무엇을 남겼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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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시절 억눌렸던 시청 공무원들의 불만이 그의 정계 은퇴와 함께 분출되고 있다. 특히 홍 전 시장이 정계 은퇴 선언을 하며 ‘서울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것을 콕 집어 비판하는가 하면, 그가 추진했던 군위 편입, 박정희 동상 건립, 파워풀 대구 슬로건 교체 등을 두고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구시청 직원들이 사용하는 익명게시판에는 최근 홍 전 시장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해당 글에는 다수의 직원이 댓글을 달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익명의 한 직원은 ‘[속보] 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더 이상 정치 안 하겠다”’라는 홍 전 시장의 정계 은퇴 선언에 대한 언론 기사 제목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여러 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A 씨는 “‘서울’의 정치인 그는 본인 미래를 위해 대구에 ‘시장’으로 왔다가 대권 출마를 위해 경선을 나가고 떨어지자 ‘서울’ 시민이 되었다. 그는 한 번도 대구를 위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B 씨도 “시장은 지역 제한 하자. 그래야 대구에 더 신경 쓰고 열심히 할 듯”이라고 맞장구쳤다.

C 씨도 “그냥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도 아니고 콕 집어 ‘서울’시민 하시겠다는데도 괜찮다는 분들은 그냥 망치로 본인 머리 깨시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D 씨는 “어공 옆에 붙어 꼬리 흔들면서 어깨 힘주던 늘공들은 서울 안 따라가냐”라고 힐난했다.

지난 1일에도 한 직원은 “앞으로 작성하는 문서에 ‘파워풀 대구’는 빼야겠다고 생각해 본다”며 “알고 보니 서울 시민이었던 사람이 남긴 유산을 대구 사람이 지킬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자 해당 게시물에도 “찬성이다. 서울 시민이 대구와서 저질러 놓은 일”이라거나 “그저 서울 사람, 대구는 갈라치기로 만들어놓고 가버리셨네”라면서 옹호하는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물론, 홍 전 시장을 옹호하는 댓글도 없진 않았다. E 씨는 “당원이 가장 많은 TK에서 도와주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라며 “정말 진심으로 대구를 위해 일을 많이 했는데 끝까지 그걸 알아주지 않으니 일부러 한 멘트일 것”이라고 홍 전 시장의 ‘서울 시민’ 발언을 옹호했다.

F 씨도 “노력해도 안 되던 군위가 편입되었고, 신공항특별법과 달빛철도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다른 건 알아서 찾아보시고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라며 “우리까지 욕하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F 씨의 댓글을 계기로 홍 전 시장의 ‘업적’이라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G 씨는 “군위 편입되어서 좋은 사람이 있나?”라며 “엉망에 전보될까 두렵고, 누군가는 이미 가 있고, 참나”라고 했고, H 씨도 “군위 편입은 군위가 좋은 일이었지, 대구 입장에서 뭐가 좋나”라며 “신공항이랑 딜한거지, 군위 편입 자체는 대구에 손해”라고 동조했다.

I 씨는 “원래 대구는 안중에도 없었고, 표 만들려고 홍보만 엄청 때렸죠”라며 “신공항? 달빛철도? 행정통합? 뭘 했는데? 똥만 싸질러 놓고 간다”고 했다. J 씨는 “군위 편입은 권 시장님 계실 때 공항 관련 협약으로 알고 있다. 특별법(신공항, 달빛철도) 통과가 대단한 건가? 새만금 특별법 통과되고 새만금이 좋아졌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K 씨는 “대구를 위해 일을 많이 했다고요? 대통령 되려고 한 거 아니었나요?”라고 비꼬았고, L 씨는 “서울 시민 떠나고 나니 치울 게 많죠”라며 “동대구역 광장 동상, 무리하게 추진한 각종 사업(대구4호선, 사업소 직제 등), 좌천으로 상처받은 분들의 마음 등”이라고 짚었다.

L 씨가 박정희 동상을 언급하자 곧이어 M 씨는 “동상 좀 치우자. 부끄럽다. 그거 지킨다고 밤샌 거 생각하면 열받고, 서울 시민한테 가져가라고 하든가. 안 가져가면 우리가 치우든가, 때가 어느 땐데 북한도 아니고”라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홍준표 전 시장이 퇴임식을 마치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응원을 받으며 시청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편, X 씨는 “익명게시판 수준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일 안 하는 사람이나, 불만 많은 사람들만 득실대는 한심한 게시판”이라고 했고, Y 씨는 “홍 있을 땐 찍힐까 봐 입도 못 떼고 찍소리조차 못 내고 가만있더니 나가자마자 욕 오지게 박아댄다”며 “제대로된 간언조차 못 하는 것들이면 입 닫고 살자”라고 홍 전 시장을 향한 비판을 비난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ms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