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윤석열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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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의 당선이 절망스러웠던 이유는 그에게 약자감수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며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반노동적인 가치관을 자랑했다. 반려인이라면서 정작 ‘식용개는 따로 있다’는 발언 역시 용납하기 어려웠다. RE100을 모르는 그가 펼칠 에너지환경 정책도 뻔했다. 그가 가진 문제적 가치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도 듣기 어려웠다. 사회적 약자들이 겪을 어려움과 다양한 정책에서 후퇴 상황이 그려졌다. 5년은 너무 길었다. [관련기사=[#053/054] ‘서프러제트’ 상영 중 여성 폭행 남성은 어떻게 됐을까(‘22.03.28), 윤석열의 노동자 자기결정권에는 노동조합이 없다(‘21.07.20), 윤석열 후보 개식용 발언, 동물권 단체 반발 이어져(‘21.11.02)]

우려대로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전횡을 일삼았다.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몰았고, 그 과정에서 노조 규모도 반토막이 됐다고 한다. ‘노란봉투법’ 등 재임기간 동안 무려 25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초 전임 장관이 퇴임한 뒤로 줄곧 공석이다. 국민이 선출한 의회와도 대화나 협치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국민은 어떤 존재였을까. 사회적약자들은 그저 ‘반국가세력’일 뿐이었을까. 3권 분립의 입법, 사법, 행정의 한 축이면서 절대 권력을 꿈꾼 대통령은 결국 자멸의 길을 택했다. 정적을 제거하고 입법과 사법 위에 우뚝 서려했으나, 결국 대통령 파면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 지난달 4일 대구 동성로에 모인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인용 선고를 접하고 기뻐히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결정문에서도 이런 내용이 언급돼 있다.

‘피청구인 역시 국회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 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 했다 하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합니다.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 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 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전반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하였습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에게서 비롯되고, 이를 위해 견제와 균형, 설득과 같은 도구들이 이용된다. 윤석열은 단순히 헌법을 어겨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파괴하고 국민을 배제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자격을 잃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윤석열 탄핵이 그가 행한 혐오의, 배제의, 독선의 정치의 결과라 본다. 이는 앞으로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를 하는 모든 자가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물론 혐오와 배제, 독선의 결과에 대해 윤석열 본인과 그가 속한 정당은 아직 반성의 기미가 없다. 당원 투표로 사태가 마무리 됐다고는 하나, 후보 선출과정에서 보여준 반민주적인 행위는 윤석열이 보여준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반성도 탈당도 없는 윤석열은 오히려 단결을 강조하며 자유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선거라며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한다. 그가 내란종식 선거로 선명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그가 만든, 그로 인한 선거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