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97세 일기로 사망했다. 이 할머니 사망으로 생존 피해자는 6명이 됐다. 한국 법원은 최근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재차 인정하는 판결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인 이용수(97) 할머니는 새 정부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15일 오후 3시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더불어민주당 김윤덕·권칠승·이재정 의원실, 조국혁신당 차규근·정춘생 의원실 공동주최로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역할과 정책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최근 사망한 이옥선 할머니를 애도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피해 할머니들이 사망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나를 찾아와서, 대통령이 안 되더라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라. 너무나 고마웠다. 대통령 되고도 한 번 찾아가지도 않고 해결하겠지 하고 생각만 했다”며 “그러는 동안 할머니들이 자꾸 돌아가셨다. 그럴 때마다 서러워서 말이 안 나온다.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기를 기다리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많이 속았다. 다음 대통령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지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이용일 전 주코트디부아르 대사, 류광옥 일본국상대 손해배상소송 변호단 소속 변호사가 발제에 나섰다. 이어진 토론에는 최봉태 변호사(법무법인 삼일),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광옥 변호사,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가 참여했다.
발제와 토론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특히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통한 해결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용일 전 대사는 한일 양국 간 ‘위안부’ 문제 관련 사법적, 법률적 대립 해소 필요성, 일본을 법률상 구속하는 유권적 판정 필요성 면에서 제3자 방식에 의한 해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부 패소 리스크가 있다 하더라도, 명확하게 법률상 구속력 있는 판정을 받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이라는 것이다.
류광옥 변호사는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의한 중재재판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한국 정부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한 해결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양국 국민 상호 간의 재산이나 청구권 문제에 대한 합의 사항을 담은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르면,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제3조 제1항).
류 변호사는 ‘외교상의 경로’란 단순히 논쟁을 하는 수준이 아닌, 교섭을 위해 분쟁 당사국이 서로 마주 앉아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등 교섭을 위한 ‘진정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 당시 타결한 ‘위안부’ 관련 합의가 피해자보다 논란 종결에 중점을 둔 합의로 평가했다. 결국, 한국 정부조차 외교상의 경로를 통한 해결 노력에 충분히 나서지 않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계 여명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른 중재재판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중재재판에 들어서면, 일본 외무성이 자국 의회에서는 개인 청구권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며 이중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 해소되고, 한국 외교부 차원에서도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록 교수는 제3자 방식에 의한 해결 필요성을 수긍하면서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상 중재재판의 장단점을 분석한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을 보였다. 패소 또는 일부 패소 가능성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며, 배상청구권 소멸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 법원의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중재재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중재에 나선다 하더라도, 한국 외교부가 중재재판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토론회에 앞서 김윤덕, 차규근, 정춘생 의원이 축사에 나섰다. 김윤덕 의원은 “더이상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다. 차기 정부가 생존자분께서 살아계신 동안 역사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 정부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차규근 의원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외교적 형식이 아닌 일본 벙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고, 정춘생 의원은 “더 늦출 수 없다. 피해자가 한 분이라도 더 계실 때 울분과 여한을 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당초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박필근(97) 할머니는 건강상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