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타고 ‘하늘 감옥’으로···구미 한국옵티칼 해고자 만난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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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어요. 희망버스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잖아요. 오면 반가웠을 텐데, 떠나고 나면 어떤 마음이에요?”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그냥 고요해요. 적막이 흐르면, 이 공간이 또 비어 있는 걸 봐야 하는구나. 친척들이 집에 왔다가 간 것 같은 감정이 들어요.”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5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저녁 8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크레인을 타고 박정혜(40)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옥상에 올랐다.

▲20일 오후 8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를 만났다. (사진=민주노동당)
▲20일 오후 8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물망초 화분을 들고 크레인에 올랐다.

권 후보는 옥상에 올라, 정혜 씨의 손을 잡았다. 어려운 이야기나 공약보다, 499일간 고공농성을 버텨낸 정혜 씨의 일상을 하나하나 귀담아들었다.

공장 지붕 위, 지상 10m 높이에 펼쳐진 천막은 해가 떨어지고 나서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 그늘 없이 노출된 옥상의 우레탄 바닥은 낮 동안 열기를 흡수해 밤이 되어서도 열기를 뿜어냈다. 밤만 되면 세차게 부는 바람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그래서 권 후보는 고공농성장을 ‘하늘 감옥’이라고 부른다.

여름이 시작되려 하는 공장 옥상에서, 정혜 씨는 다시 까마득해진다고 했다. 권 후보와 정혜 씨는, 정혜 씨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혜 씨가 걷는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는 동안 해가 완전히 떨어졌다. 공장 맞은편 아파트단지에서 하나둘 불이 켜졌다. 정혜 씨는 그 아파트단지 너머에 옥상에 오르기 전 살던 집이 있다고 권 후보에게 말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할 때,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하려는 게 뭔지 묻더라고요. 고공에 올라가서 노동자 손 잡고 내려오겠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절박한 마음으로 잊지 않을게요.” (권영국 후보)

권 후보는 지상에서 가져 온 물망초 화분을 정혜 씨에게 건넸다. 정혜 씨는 잘 키워, 내려갈 때 갖고 내려가겠다고 답했다.

권 후보는 12.3 내란 이후 광장에서 나온 요구를 공약에 반영하고, 선거 운동 기간에도 관련 현장을 찾고 있다. 이번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첫 방문지로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만났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다.

권 후보는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고공농성 500일을 맞은 21일 평택니토옵티칼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한국옵티칼과 쌍둥이 회사인 니토옵티칼은 노조의 교섭 요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면담 요구에도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20일 오후 8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를 만났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