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①-2. 김재은, “박정희·전두환 청산 이뤄지지 않아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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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경북 경주시에서도 윤석열 퇴진 광장이 이어졌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았다. 김재은(26) 씨는 경주 집회에 꾸준히 발걸음을 이어왔다. 집회 규모가 크지 않아서인지, 집회에 대한 적대적 반응이 종종 확인되기도 했지만 재은 씨는 그래서 더욱 꾸준히 집회에 나오려 했다. 한 명 한 명이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재은 씨는 내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란 주범과 공범에 대한 확실한 단죄와 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란 사태 자체가 과거 박정희, 전두환 등 내란 세력에 대한 역사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 현재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내란 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탓에, 이들을 우상처럼 여기며 숭상하는 지역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경주를 포함한 대구와 경북 곳곳에 박정희 동상이 들어선 현실이 그 방증이다.

“전두환, 박정희 그런 범죄자에 대한 청산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계엄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구경북의 문제는, 이들을 우상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크게 일조한 점이죠. 박정희가 없었으면 이렇게 발전을 못 했다고 미화하는 식으로요. 보문단지에 박정희 동상이 있잖아요. 대구에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우상화해서 신물처럼 만들어서 추앙하게 하고 있죠. 그래서 내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란 세력과 공범에 대한 확실한 청산이 필요해요.”

▲김재은, “전두환, 박정희 그런 범죄자에 대한 청산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계엄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은 씨가 꾸준히 집회에 나온 이유는 단지 윤석열 퇴진 목소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광장에 나오면서 재은 씨는 노조의 투쟁을 경험했고, 노동 현장의 문제를 확인하면서, ‘노동권’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노동권에 관심을 두고 보니, 노동 문제가 바로 공장 노동자로, 또 화물 노동자로 일하는 가족의 문제라고 여기게 됐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연차를 쓰지 못한 가족을 보면서 노동자의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새삼 고민스럽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시민을 지켜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는 시민이 연대로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노동권을 더 찾아보게 됐어요. 울산 이수기업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보면서 경찰청에 민원도 넣었는데, 그것밖에 못 한다는 것에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고공농성 문제를 찾아보기도 했고요. (민주노총이) 앞에서 지켜준 만큼 더 연대하고 함께 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관심을 계속 갖다 보니, 노동권이 결국 가족 얘기더라고요. 집에 화물 노동자도 있고 공장 노동자도 있거든요. 교통사고를 당해도 연차를 못 쓴 적도 있어서,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