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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김눌(가명, 32) 씨는 ‘12.3 내란’ 이후 열린 ‘윤석열퇴진 시국대회’에서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누군가는 그를 ‘홍준표 시장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호명했다. 집회 초반에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피켓에 윤석열 이름만 들어갔지만, 홍 시장 이름이 들어가게 된 이유는 동대구역에 들어선 박정희 동상 때문이다. [관련기사=밀짚모자 쓰고 볏단 든 박정희 동상···홍준표, “산업화 정신의 상징”(‘24.12.24)]
김눌 씨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독단적으로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을 밀어붙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다”며 “친일세력, 적폐청산이 덜 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굴려오다 보니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한다. 인혁당 사건을 지역에 일으킨 독재자 대통령의 동상을 짓는다는 게 대구시민으로 정말 기만적이고,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홍 시장의 피켓을 들 수밖에 없었다”며 “안그래도 그 시점에 ‘누가 윤석열 뽑았냐. 대구 사람이 다 뽑았을 거다’ 하는 눈총을 받는 와중에 박정희 동상까지 세워버리니까 타지역에서도 우리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명명하는지가 뻔하지않나”라고 지적했다.
“결국은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을 규탄하는 것과 홍준표 시장을 규탄하는 것이 동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피켓을 들었죠.”

김눌 씨는 내란 사태를 통해 윤석열을 둘러싼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행태에 더 주목하게 됐다. 단순히 탄핵 정국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거나, 계엄해제 투표에 상당수 의원들이 불참한 문제로 국민의힘은 ‘내란옹호’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홍준표 시장은 명태균과 관련해 계속 호명되고 있는 등 그 정당의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티끌들이 모여서 국민의힘 정당을 이루고 있다”면서 “이 정당을 우리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정당과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했을 때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 ‘적폐청산’은 이 정당에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내란 사태 원인도 적폐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것, 선동에 취약한 대중, 권력자의 권력남용 문제로 분석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선동에 너무 취약해졌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도 적어진 것 같다. 온라인에선 날조된 정보가 유통되거나, 특정 정치유튜브에 쉽게 휩쓰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전에 인혁당 50주기였는데, 그 추모 행사를 여기저기 홍보하는데 사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 저도 이 사건을 잘 몰랐다. 잘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사실 이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대구에 커다란 상처가 됐고, 대구에 정치적 무력감을 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눌 씨는 대구에서 그동안 정치적 무력감으로 ‘보수 콘크리트’로 관성적 투표를 해온 것이 내란 사태에도 기여했다고 본다. 이러한 내란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의 정치 효능감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선택이 크게 삶과 무관하다고 지역민들이 느끼는 것 같다. 그냥 난 보수후보를 뽑겠어, 뽑았는데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정치는 내 일이 아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정치 무력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여겼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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