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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이창윤(63) 씨는 대구에서 시를 쓰고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진보 문인단체에서 활동하며 작가들과 윤석열 퇴진 광장에 참석하는 내용을 공유하고,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성명에 이름도 올렸다. 35년간 대구에 살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대구의 정치적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 씨는 대구·경북이 보수정당에 보내온 맹목적 지지가 기반이 되어 윤석열의 파행이 발생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봐야 할 건 그 배경과 변화의 조짐이라 강조했다. 대구·경북이 보수의 성지이자 국민의힘 정치적 기반임은 맞지만 그 근원을 살펴보면 박정희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민혁명당 사건은 기득권에 편입되지 않으면 나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지역에 심었다고 본다.
“대구·경북 출신 희생자가 많았던 인혁당 사건 이후 지역민들 사이에 공포감이 확산했잖아요. 그때 ‘기득권 세력에 편입되지 않으면 나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진 것 같아요. 이후 지역 자체가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그게 표심으로도 나타난거죠. 항상 선거가 끝나면 ‘정치 지형이 잘 안 변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어요. 정치 성향이 다르지만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지역민도 많거든요.”
이 씨는 이번 내란 사태를 거치며 대구·경북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14일, 집회에 가보니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이 끝도 없었다. 체감상 박근혜 탄핵 집회 때보다도 많은 인파가 몰려든 것 같았다. 이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가 되면 우리 사회가 한걸음 진보할 거라 믿게 됐다.

이 씨가 보기에 내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윤석열을 포함한 동조세력을 처벌하는 게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고 항상 깨어 있으며 감시하는 건 시민의 역할이고,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없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건 정치인의 몫이다.
“윤석열은 석방된 이후 사실상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일부 군인이 구속됐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 보거든요. 숨어 있는 내란 공범, 동조세력은 더 많을 거예요. 정권을 교체해서 특검을 출범하고, 내란 특검법을 제정해 공소시효 없이 잡아내 철저하게 응징해야 해요. 검증되지 않은 검사 출신 인물이 대통령이 된 것에는 언론도 책임이 있어요.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거죠. 어떻게 보면 언론도 기득권화된 게 아닐까요.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지 않고 사회적 흉기로 작용했어요. 언론 개혁과 더불어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유통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해요.”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