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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장애인 탈시설 당사자인 임재원(34) 씨는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불법성’을 강조한 일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이동권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과 국민을 대립시켰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해왔다고 했다.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재원 씨는 약자들의 연대에서 희망의 싹을 찾았다.
재원 씨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서 보였듯,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배제하려고 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일반 국민과 대립시키고 또 불법이라면서 혐오와 갈등을 조장했다. 그러면서 약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약자를 위한 정책 철학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 인사들로 주요 요직을 채워나갔던 사실도 짚으면서, “시설에서도 타인이 누군가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힘을 가진 자가 계속 위에서 군림하고 약자들을 침탈하는 모습들이 결국 내란 사태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 정국을 지나오며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느꼈다. 특히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은 바로 혐오와 갈등, 잘못된 정보 확산의 영향이라고 봤다. 재원 씨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가의 안보와 질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는 것이 명분이 될 수 있나”라며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집권자의 생각이 절대화되는 사태가 계엄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보호) 시설에서도 그런 이야길 한다. ‘여긴 너희를 보호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그런데 그 말 속에는 자유를 착취하고 권리를 행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약자들을 시설에 가두는 방식처럼 약자의 목소리를 죽여가는, 덜 중요한 것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계엄 당시 발표된 포고령도 상기했다. 포고령은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고 시작했다.
재원 씨는 ‘반국가세력’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장애인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혐오 대상으로 뒀던 것처럼 그 단어에서도 혐오를 읽었다. 재원 씨는 “국가에 대항하는 어떠한 존재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을 규정했다.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정의했다”며 “집회 현장에서도 행진을 할 때 위협을 느낀 순간이 많았다. 우리를 ‘빨갱이’ 대하듯 하는, 탄핵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장연 집회에도 많이 나가는데, 잘못된 가짜뉴스나 오해로 우리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많다. 계엄 사태에서도 잘못된 뉴스가 확산되거나, 유튜버들이 그걸 조작하고 선동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결국에는 폭동까지 벌어졌다”고 윤석열 탄핵 선고 과정에서 마주한 문제들도 곁들였다.
재원 씨는 갈등 해소를 위해 혐오의 감정을 뒤로 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가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으려 하지 않고, 그냥 본인에게 편한 방식대로 쉽게 믿어버리는 것 같다”며 “다양한 공론장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민주주의에 대해 그동안 피상적으로 접근했다. 민주주의나 정치라는 것이 소수 엘리트나 일부 사람들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를 위한 자세도 요구된다”며 “다른 이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열린 마음으로 또 정치적 존재로서 생각이 다른 이들을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광장에서도 제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단위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연대를 하고, 한 목표를 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며 “서로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이고, 또 지지해주는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하면 낙오되지 않겠구나 했다. 마찬가지로 그 광장과 연대가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