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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윤석열’은 개인이자 일종의 시스템이 아니었을까. 12.3 내란 사태를 겪은 대구·경북 시민들은 내란 사태의 주요 원인을 ‘윤석열 그 자체’라고 꼽으면서, 동시에 지금의 윤석열을 만들어 낸 ‘윤석열의 주변을 이루는 것들’이라고 함께 언급했다.
홍승현(27) 씨에게 이번 내란 사태의 원인은 ‘윤석열 그 자체’가 첫 번째로 꼽힌다. 승현 씨는 ‘윤석열’ 개인을 지목하면서도 ‘윤석열의 주변’을 함께 문제 삼았다.
“윤석열 그 자체가 원인이죠. 그리고 윤석열이 당선될 수 있었던 사회가 첫 번째 이유입니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죠. 손바닥 왕(王)자나, 토론도 못 했고요. 공약도 특별히 없었고요. 이준석과 함께 반페미니즘적 정책이나 내세우고, 유사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선동했고요. 서로 증오감을 가지는 사회를 만들었죠. 윤석열 주변을 이루는 것들도 주요 원인이에요. 얼마나 주변에서 막아주는 사람이 없었으면 계엄을 한다는 결론을 냈겠어요. 그 주변이 서울대 법대 나온 엘리트 위주로 구성돼 있고, 자기들만의 환경에 고여 있었던 거 같아요.”
문제의 원인을 엘리트 집단의 괴리와 부패에서 찾듯, 승현 씨는 비슷한 관점으로 내란 이후 강화된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사법부의 부패’로 꼽는다. 승현 씨가 사법부의 부패를 절감했던 사건은 역시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이다. 이 결정으로 윤석열은 석방됐고,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승현 씨는 우리 사회의 과제로 사법부 개혁을 중요하게 꼽는다.

“윤석열을 다시 풀어줬잖아요. 그 과정을 국민 전부가 다 봤는데, 이상한 기준, 날짜가 아니고 시간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면서 풀어줬어요. 그렇게 풀어주고 나서는 다시 기존에 날짜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고요. 오직 윤석열만을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죠.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집단이 부패됐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요. 법원도, 검찰도요. 법이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권력 있는, 돈 있는 사람에게는 유리하게 법이 해석된다는 게 드러났어요. 이걸 바꿔야죠. 서로 고여서 자기네들끼리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죠.”
사법부 부패를 지적하면서도 승현 씨는 더 나아진 세상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좀 더 나아진 사회, 포용적 공간을 확인했고, 또 광장의 연대를 통해 사법부나 언론에 대한 개혁으로 나아갈 수도 있겠다고 느끼게 됐다.
특히 승현 씨는 박근혜 퇴진 광장에 대한 경험에 비춰봐서도 우리 사회가 좀더 나아졌다고 여길 수 있다고 한다. 승현 씨는 이 진전된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가 겪은 ‘분노’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새롭게 인식한 문제가 많은데요. 첫 번째로는 광장이 굉장히 포용적인 공간이 됐다는 점이에요. 여러 계층의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거. 좋은 결과예요. 박근혜 퇴진 광장에도 나갔었는데요. 그때 노란 리본을 봤고, 노란색 고래 풍선이 광장 위를 날고 있었거든요. 그때의 색깔이 노란색이었다면, 이번 광장은 무지개색이죠. 이처럼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동시다발적 목소리가 겹쳐서 나오는 광장이 된 거 같아요. 저는 세월호 이후 분노가 축적됐다고 생각해요. 분노를 원동력 삼아, 우리가 각자의 이야기를 더 크게 소리치게 된 거 같아요. 이 연대의 힘으로, 사법부 개혁, 언론 개혁까지도 이뤄내야 해요.”

승현 씨는 대구·경북의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의 운동도 필요하지만, 지역 정치인들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에 대한 폄하로 일관하지 말고, 정치적 다양성을 키워가기 위해 정당과 정치인이 앞장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는 대학교까지만 대구에서 나오고 대전으로 옮겨갔어요. 오늘 인터뷰하러 대전에서 오는 길인데,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탔더니 택시 기사님이 그러더라고요. 국민의힘 말고 다른 당이 당선되는 일도 있는데, 그래도 뭔가 크게 해낸다는 느낌이 없다고요. 김부겸 전 의원 사례가 있잖아요. 이 지역을 콘크리트라고 부르던데, 그처럼 내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게 되는 지지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뭘 해도 뽑아줄 거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니까.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