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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서부지법 폭동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사회적 충격을 줬던 장면 중 손꼽히는 사례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점차 팽배해진 사회였지만, 이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범위 내에서였다. 간혹 물리적인 방식의 불만 표출이 있더라도 이는 개인적 차원에 그쳤다. 하지만 서부지법 사태는 법원에 대한 군중의 직접적인 폭력 행사였다는 점에서 과거의 상황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도 상당한 충격을 느끼게 됐다.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여한 김나경(19) 씨도 서부지법 폭동을 보면서, 사법부 불신의 문제, 그리고 이 문제에서 청소년 문화의 취약성에 대해서도 또래로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법학도를 지망하며 공부했기 때문에 나경 씨는 특히 사법부 문제와 법치주의의 범위를 넘어서 버린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통치 행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
“내란의 원인은 윤석열 개인의 아집이 컸던 거 같아요. 저는 수험생이라서 ‘킬러 문제’ 논란을 크게 느꼈고요. 이 외에도 윤석열의 법률안 거부권 남발도 문제라고 느꼈어요. 국회에 탄핵소추권이 있으면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이 있어서, 이 권한 사이의 균형이 맞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난 정권에서는 일단 너무 거부권을 남발했어요. 그러니까 점점 더 센 카드들이 나왔던 거고. 그러다 보니 계엄 선포까지 간 거 같아요.”
권력간 다툼에서 중간 지대 없이 내란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흘러가 버린 점에 대해, 나경 씨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극단화되는 경향과 동일 선상의 문제로 생각한다. 상식이 아닌, 혐오가 난동하는 상황, 극단적으로 정파성을 띠는 언론과 미디어 환경이 그 사례다.

청소년 문화도 그래서 우려스럽다. 나경 씨는 또래가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류와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부류로 나뉘었다고 여겼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류에 대해, 나경 씨는 정치나 법에 대한 유의미한 교육이 어려운 상황, 그리고 특정한 문제를 심각하게 따지지 않고 희화화하거나 웃고 넘기는 문화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래들은 법이나 정치에 대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과목 선택조차 ‘정치와 법’ 선택은 적거든요. 이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이 제공돼야 해요. 그리고 제가 초, 중, 고 다 공학을 다녔는데, 남학생의 경우 자기들끼리 웃고 넘기는 문화가 있는 거 같아요. ‘딥페이크’가 그 사례죠. 반페미니즘 정서로도 이어지고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문화도 크게 작용해서 더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여길 기회도 필요해요.”
끝으로 나경 씨는 사법부 불신, 그리고 통치 권력의 민주적 행사를 위해 제도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나경 씨는 “이번 문제에서 개헌 필요성은 확실히 느꼈다. 대통령 권한 축소와 소수자의 권리를 더 강화하는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며 “정치 개혁은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강화의 방향, 대통령 4년 중임제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