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투표 나선 대구 시민들···이재명, TK서 30% 득표 가능할까?

수성구, 달성군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의 생각은
지지 후보의 말의 닮은 지지자들의 말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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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구 21.6%, 경북 2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 75.14%, 경북 72.76%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1대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 12.3 내란’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이런 상황은 TK 지역의 표심에 유의미한 균열을 낼 수 있을까.

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진행되는 3일 오전 대구 수성구와 달성군의 투표소를 찾아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투표소에서 만난 10명 중 3명은 ‘내란 사태의 종식’, ‘민주주의’ 등을 언급하며 이번 선거를 ‘내란심판’으로 규정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이들은 김문수 후보가 내세우는 ‘반 이재명’ 논리를 그 이유로 들었다.

▲ 대구 수성구 황금중학교에 위치한 황금2동 제3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하러 오는 시민들이 이어졌지만 금방 투표를 하고 나올 정도로 대체로 한산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보이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였다.

수성구 황금중학교에 위치한 황금2동 제3투표소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금방 투표를 하고 나올 정도로 대체로 한산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보이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였다.

황금2동은 2016년 총선 당시 김문수 후보가 출마해 낙선한 수성구갑 선거구 중 한 곳이다. 당시 김문수 후보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4.6%p로 졌는데, 황금2동은  6.2%p로 차이가 가장 적었다.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온, 황금동 주민 서분옥(73) 씨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유세 등을 통해 자주했던 이야기를 언급했다. [관련기사=‘반 이재명’ 가득찬 김문수 경북 경산 유세···내란 사태 반성은 어디에?(‘25.05.28)]

서 씨는 “자유국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청렴한 후보를 뽑았다. 안 그러면 베네수엘라가 되고, 카톡 검열을 할까봐 걱정스럽다. 정치 관련 이야기를 접하는 곳은 TV”라며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이야기하면 어차피 싸우니까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주로 이야기 한다. 취미 활동을 하는 에어로빅 교실에서도 대부분 정치 성향이 비슷한데, 몇몇은 의견이 달라서 거기선 조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서울에 사는 딸과 대판 싸우고, 선거가 시작되고 몇 개월 동안 안 보고 지낸다”며 “딸이 유학도 다녀오고, 공부도 많이 해서 똑똑하지만 나도 내 고집이 있고,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딸 몰래 투표를 하러 온다”고 말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빨간색 해병대 티를 입고 투표를 하러 나선 박광석(68) 씨는 어떤 마음으로 투표장에 왔냐는 질문에, “김문수를 뽑으러 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씨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부조리와 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병사 일은 안타깝다. 비리를 밝혀야 한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남편, 아이와 함께 가족끼리 투표를 하고 집으로 향하던 김미숙(43) 씨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좋은 대통령을 뽑았다”고 말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능력이 없는데 대통령이 됐다. 국민들의 민주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30.03%로 동구 혁신동(33.06%)에 이어 대구에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높았던 달성군 유가읍 투표장도 찾았다. 유가중학교에 위치한 유가읍 제6투표소 입구에는 5m 이상 긴 줄이 서 있었다. 아기를 안고 온 부부 등 30~40대 젊은 유권자 비중이 높았다.

▲ 지난 20대 대선에서 30.03%로 동구 혁신동(33.06%)에 이어 대구에서 이재명 득표율이 높았던 달성군 유가읍 투표장도 찾았다. 유가중학교에 위치한 유가읍 제6투표소 입구에는 5m 이상 긴 줄이 서 있었다. 아기를 안고 온 부부 등 30~40대 젊은 층 비중이 높았다.

아이 손을 잡고 투표장을 찾은 윤지연(40) 씨는 “제 주변에는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여론 조사랑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내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많이 차지하고 다문화 가정이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받는 것은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가족들과 투표장을 찾은 강진구(39) 씨는 “공산당이냐,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는 기준에서 후보를 선택했다”며 “내란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무죄추정 원칙이고, 대통령 탄핵 때도 내란 혐의는 빠졌다. 계엄령 자체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진짜 계엄이 아니라 형식적 계엄”이라고 설명했다.

아기를 안고 있던 이재선(42) 씨는 내란 사태가 발생한 뒤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정치 상황에 대해 꼽 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꾹꾹 눌러온 마음을 투표를 통해 기표소에서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시민주권을 생각했다. 사실 정치적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라면서 “그런데 영화 ‘서울의 봄’과 같은 일이, 계엄이 2024년에 일어났다. 국가 헌법이 오염되고, 헌법이 규정한 국민주권이 위협 받았다. 국민의 대표자가 그 범위를 벗어난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이) 절차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헌법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며 “국민주권 국가로 헌법 안에서 바른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번 선거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파란운동화와 파란셔츠를 입고 투표장을 찾은 이정민(43) 씨는 투표를 하는데 손을 떨렸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도 이재명 후보를 뽑았다는 이 씨는 “지난번에는 안 됐는데 이번에는 꼭 제가 원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새로운 대통령이 나라의 불안을 바로 잡아주길 기대한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이) 처벌받지도 않고 밖에 돌아다니는데 쉽지않을 것 같지만 (내란 상황이) 잘 수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에 보수 정당 지지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씨는 “제 딸이 5학년인데 아이 앞에서도 정치 이야기는 조심스럽다”면서 “그런데 아이가 ‘이재명 뽑으면 나라 망한대’ 이런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국민의힘 지지하는 다른 아이들 부모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