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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이 방송국 건물을 가득 채웠다. 식탁마다 마주 앉은 주민들은 살가운 얼굴로 근황을 나눈다. 이들은 대구동구FM공동체라디오 개국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동구 지역 주민들이다. 쇄도하는 음식 주문. 쟁반을 들고 바쁘게 손님 사이를 오가는 이들도 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은 동구FM공동체라디오의 후원 행사를 거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5일 저녁, 방송국이 입주한 대구 동구 동호동 건물에서 104.5MHz 사람과 사람을 잇는 우리 동네 방송 대구동구FM 공동체라디오 개국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방송을 청취하거나, 직접 방송을 만들어가는 지역민들이 모여 개국 1주년을 축하했다. 기념행사에는 직장인을 비롯해, 청년부터 노년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이 모였다.
직장인 김지현(44, 율하동) 씨는 대구동구FM에서 클래식 음악 코너를 맡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클래식을 나누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함께 나누고 보니 뿌듯함을 느껴요. 방송국이 힘들겠지만 지금까지처럼 역할을 하면서 번창하면 좋겠어요.” (김지현 씨)
성승훈(36, 동호동) 씨는 최근 동구로 이주한 직장인이다. 대구동구FM을 듣는 회사 사수로부터 방송 소개를 받았고, 후원 행사 참여까지 이어졌다.
“지역 소식이 알차다고 들었어요. 방송 콘텐츠가 지역 이이기니까, 친근감, 소속감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콘텐츠가 다양해서 유용하기도 하고요. 유명인이 나와서 진행하는 것보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나와서 진행하는데, 그래서 전달력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1주년인데, 앞으로 더 성과가 있을 것 같아요.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잘될 겁니다.” (성승훈 씨)


대구동구FM은 와글사회적협동조합이 2024년 개국했다. 그간 지역에 밀착한 콘텐츠를 생산했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거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동네 소식이나 소수자의 목소리도 담았다.
예를 들어 ‘거북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지역의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진행하고, 사연을 전달하거나 본인의 이야기도 하는 코너다. 복지관에서 연계된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다양한 세대가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는 않고 있어서 운영이 순탄치는 않다. 마을 주민이 직접 광고를 의뢰하기도 하고, 장비 대여 사업 등 자체 사업을 꾸리고는 있지만, 수입 대부분을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이다.
김승주 대구동구FM 국장은 “좀 더 많고 다양한 지역의 소소한 일상이 방송되어 소통과 공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주민들이 방송에 참여해, 공동체를 강화하려고 한다. 방송국이 그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며 “마을방송의 역할이 있는 만큼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은 정부 지원이 없어 최소한의 운영비를 들여 유지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는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의 경우가 더 어렵다. 그분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우리가 대변할 수도 있는 매개가 됐으면 좋겠다”며 “모든 지역 주민이 한 번쯤 방송에 출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한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전달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동구FM공동체라디오 후원은 053-965-1045로 할 수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