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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조기 대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이틀 뒤(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내란 특검법이다. 내란 우두머리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가 지난해 12월 3일 저지른 내란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내란의 전모를 밝히고, 우두머리와 가담자, 부역자를 청산하는 일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1번 과제다.

뉴스민이 만난 41명의 광장 시민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앞으로의 과제도 내란 청산이다. 41명 중 21명이 내란 세력 단죄 또는 청산, 처벌을 내란 이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사면 같은 면죄부 없는 철저한 단죄와 처벌로 쿠데타에는 관용이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세워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일관된 논리다.
김언수(40대, 대구) 씨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내란에는 현재 기소·수사되는 사람들 외에도 훨씬 더 광범위한 세력이 동참하고 동조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처럼, 내란조사특별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 특별검사도 좋다. 철저하게 성역 없이 수사해 가담한 사람 모두를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이게 안 되면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지나가는 안타까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유(22, 대구) 씨도 “지금은 바쁘니까 넘어가자면서 청산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내란이 발생했던 것처럼 또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봐 저는 두렵다”며 “만약에 이번에 청산하지 않고 다음에 다시 같은 마음을 먹는 사람이 있으면 그땐 어떻게 하지, 그때 우리 시민들이 다시 피 흘리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까,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종국(58, 영천) 씨는 “과거에 제가 존경하는 분이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 보복하지 않는다면서 용서와 화해 관용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려고 했다. 저는 그 마음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권 교체 후엔 반드시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된다. 그래서 단호하게 수사, 처벌해야 한다. 용서와 관용, 화해는 또 다른 내란의 씨앗을 파종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경규(40, 대구) 씨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러 번의 내란이 일어났는데 그것이 단죄된 적이 없었다”며 “이번 내란 만큼은 반드시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그 중범죄를 법으로 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사회를, 역사를 바로 세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의 말처럼, 우리 근현대사에서 반복된 내란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철저한 청산을 말하는 이도 여럿이었다. 김나경(19, 대구) 씨는 “전두환이나 노태우나 다들 금방 사면이 됐다. 이번엔 확실하게 처벌하고 사면도 못 하게 법을 만든다든가 해야 한다”고 했고, 엄해웅(30, 대구) 씨도 “대한민국 역사를 보면 국가 폭력을 주도한 세력을 제대로 국가가 심판한 적이 없다. 박정희도 김재규 씨가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이었고, 전두환, 노태우도 잘 살다 죽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스민이 만난 시민들은 비상계엄를 해제하는데 동참하지 않고,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위헌 정당 해산을 포함한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언수 씨는 “12월 3일 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에 동참하지 않고 당사에 모여 있다가 그 이후 내란을 적극적으로, 비상식적으로 옹호한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 확실하다고 본다”며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받아서 해산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다.
김나경 씨도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엄을 옹호한다거나 윤석열을 옹호하고, 탄핵을 부결시키고, 이런 행동들이 정당 해산 사유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소결(가명, 29, 대구) 씨 역시 “최상목, 한덕수, 심우정 같은 동조자들도 다 처벌받아야 되고, 국민의힘도 해산되어야 한다. 검찰 개혁도 되어야 하고, 내란 사태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 언론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한 것처럼 내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합당한 책임 묻기 없이는 정부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 될지 모른다.

뉴스민 TK리부트 취재팀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