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⑤-1. 이이사, “파시즘을 극복, 더 나은 언론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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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휴학생으로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이이사(가명, 23) 씨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가 탄핵되기까지 거의 광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꼬박꼬박 집회에 나가 기수로 깃발을 흔들었다. 거리의 광장에서 그는 파시즘 정서가 내란이라는 폭탄을 가져왔고, 그 배경엔 언론이 정치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이사 씨는 ‘파시즘 정서의 팽배’를 내란 사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파시즘은 흔히 국가주의적, 군사적, 독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민족주의와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이이사 씨는 “파시즘 가치, 극단적인, 수구적인 모습이 하루 아침에 나타난 것은 아니고 계속 몸집을 키워왔다. 세력을 불리면서 폭탄처럼 펑 터진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이사, “언론이 국민의힘 쪽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비판을 잘 안 한다. 언론 자유는 민주당 쪽 대통령이 집권하면 높아지고, 반대로 국민의힘 대통령은 그 순위가 떨어진다. 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윤석열 탄핵 집회의 현장에서도 파시즘을 느꼈다. 집회 행진 도중 자동차 클락션이나 욕을 통해서 반민주적인 정서를 마주한 것이다. 윤석열이 석방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반민주적인 세력이 결속을 통해 파시즘 정서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더 심각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이 씨는 “서울 집회도 간 적도 있었는데, (대구집회에서) 행진이 방해받는다거나,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더 자주 본다. 윤석열이 뭔가 자극을 한다거나 이슈를 만들면 그 지지자들을 더 결속시키는 게 아닐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이 집권정당에 따라 온도 차가 있다면서, 이 또한 내란을 만든 원인으로 분석했다. 전직 대통령 윤 씨에 대한 언론 비판이 무뎠고, 마찬가지로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나, 퇴임 뒤 뇌물죄로 실형이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언론이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는 “언론이 국민의힘 쪽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비판을 잘 안 한다. 언론 자유는 민주당 쪽 대통령이 집권하면 높아지고, 반대로 국민의힘 대통령은 그 순위가 떨어진다. 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언론이 윤석열 씨의 불법적인 계엄 이후에도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고, 적절하게 다루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보수화된 언론지형을 감안하더라도, 윤 씨의 비상 계엄 상황을 순화하거나 당시의 긴박했던 영상과 사진을 선택적으로 보여줬다는 거다.

그는 “언론의 프레이밍에 문제를 느꼈다. 윤석열의 계엄이 실패했지만, 이를 순화해선 안 되는데 언론을 보면 계엄 사태를 순화하는 것 같았다”며 “계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언론에 휩쓸려서 심각성을 못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마주한 언론의 문제는 그 뿐만 아니다. 서울과 대구 집회를 참석하면서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숫자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다. 당연히 서울 집회와 대구 집회의 뉴스 노출 빈도 차이도 컸다. 언론이 상당히 중앙집중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됐다.

이 씨는 “단순히 집회 보도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니까 더 문제다. 지역에서 어떤 이슈가 있어도 마찬가지로 뉴스가 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지역에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언론이 조금만 나서주면 이런 문제들이 더 조명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쉬워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12.3 윤석열 내란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와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씨는 “직접 민주주의를 통한 정치적 효능감을 많은 시민들이 느꼈으면 한다. 사실 우리 삶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이 “그렇지 않다. 물가부터 우리 삶의 많은 것이 정치와 관련있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은 투표를 잘하고, 언론은 투명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