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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대통령실이 브리핑실에 카메라를 추가 설치해 질문하는 기자들의 모습도 생중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언론 자유 위축이란 우려가 제기되지만 ‘통쾌’하다거나 ‘필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물론 그중에는 ‘윤석열한텐 찍소리 못하던 기자X들, 우리 대통령에겐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하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언론을 향한 우리 사회의 불신, 적개심으로 인해 언론을 개혁 대상으로 보는 시민들의 관망, 동조도 크다.

뉴스민이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서도 다수가 내란 이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로 언론 개혁을 꼽았다. 언론, 미디어 개혁 및 정보 신뢰를 키워드로 답한 시민은 41명 중 14명. 내란 청산(21명)과 정치제도 및 선거제도 개혁(20명) 다음으로 많은 시민들이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언급했다. 검찰 개혁을 꼽은 이들이 5명인 걸 고려하면, 약 3배 더 많은 광장의 시민들이 언론 개혁을 더 크게 필요로 했다.

시민들은 특히 언론이 내란 사태 이후 탄핵에 이르기까지 123일 동안 “가짜뉴스”나 “편향보도”, “받아쓰기 보도”, “왜곡”, “기계적 중립, 침묵하거나 은폐”하며 내란의 진상을 드러내는데 복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로인해 내란 세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더 촉진되는데 기여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내란은 윤석열 정권의 민낯 뿐 아니라 언론의 민낯마저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기가 된 듯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진행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민이 만난 광장 시민들,
검찰 개혁 보다 언론 개혁 강조
123일 동안 드러난 언론의 민낯

이창윤(63, 대구) 씨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이 검사 출신이고 정치인도 아닌데 대통령이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영입해 결국 대선 후보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만들더라. 그 과정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검증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득권 세력에 붙어 왜곡 기사를 남발했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고 시야를 가렸다.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지 않고 사회적 흉기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 개혁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기백(47, 대구) 씨도 “언론도 문제가 많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SNS를 많이 접하는데 가짜뉴스도 횡행한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열면 사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뉴스가 너무 많다”며 “일반 시민들도 그런 뉴스를 접하면 민주주의를 믿더라도 가짜뉴스에 현혹될 수 있다. 언론이 충분히 검증하고 가짜뉴스를 바로 잡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진 아니더라도, 잘못하면 1면, 방송이라면 첫 화면에서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해야 할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이은진(33, 대구) 씨도 “실제 기사 내용이 아니라 대충 왜곡해서 오해를 일으킬 법하게 제목을 뽑고, 이상하게 짜깁기한 내용 요약으로 올리는 뉴스가 정말 많더라”며 “사실은 A로 결론이 난 건데 묘하게 B로 제목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이 B로 알도록 유도하는 기사나 뉴스가 정말 많았다. 대통령도 극우 뉴스를 많이 봤다고 하는데, 그냥 만들어내고 싶은 진실을 만들어내고, 여론을 만들어 사람을 자극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는 걸 보면, 사람들 머리가 이상해지는 게 당연하겠구나 싶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소결(29, 대구) 씨는 “언론은 내란에 부역한 건 아니더라도 내란 사태를 보도함에 있어 굉장히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인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고, 구민호(39, 대구) 씨도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중요하다고 생각됐다”며 “극우 유튜버나 가짜뉴스를 그대로 지면에 옮기는 보수 언론 매체를 보면서 ‘언론의 공정성이 지금 괜찮은 건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언론은 개혁의 대상이자
내란의 원인이며,
더 심각해진 사회 문제

많은 경우 이들은 언론을 내란의 원인이자, 내란 이후 더 심각해진 ‘문제’로 꼽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흥미로운 건 언론을 원인으로 꼽는 이유도, 더 심각해진 문제로 꼽는 이유도 동일하게 편향성이나 정파성 문제로 집중됐다는 점이다.

송미정(53, 대구) 씨의 경우 원인과 강화된 문제를 묻는 물음에도 언론을 언급했다. 그는 “언론이 자기들한테 유리한 쪽으로 생산하면 소시민들은 솔직히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걸 따져가며 취득할 수가 없다”며 “너무 많은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니까 그게 맞구나 싶어지는 게 있다. 지난 3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나. 언론은 처음부터 (윤석열의 문제를) 알았을건데, 그런 건 개의치 않고 자기 이익을 취한 거 같다”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탄생에 언론이 일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엄해웅(30, 대구) 씨도 “특히 보수 언론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을 밀착 취재하면서 민낯을 많이 봤을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의도적으로 보도를 안 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이 국민들에겐 정보의 제약이 생기고,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의사결정 왜곡이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송 씨와 같은 지적했다.

또, 송 씨는 “언론이 편향적으로 하나만 이야길 하니까 우리가 선택할 수가 없다. 1번당은 1번만 믿게 되고, 2번당은 2번만 믿고 따라가게 된다. 1번과 2번 간에 소통도 안 된다”며 “예를 들어 내란에는 반대를 해야 되는데, 2번은 저항권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게 뭐지? 싶어지는데 언론이 설명을 해주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그냥 실어주는거다. 언론이 아무런 방패막이 역할을 못해준거다”고 언론의 정파성·편향성 문제가 강화됐다고 우려했다.

홍승연(27, 대구) 씨도 “언론사마다 성향이 있고 다른 견해가 있는데, 가장 접근성이 높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순간 뿐 아니라 지금까지 편향적인 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문재인 시기에 환율이 원·달러가 1,200선을 들어서기만 해도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윤석열이 당선된 후엔 환율이 1,400선을 뚫어도 조용하더라, 오히려 좋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사가 나오더라”며 언론의 편향성을 원인으로 짚었다.

이이사(가명, 23, 대구) 씨도 원인과 강화된 문제, 과제 모두에서 언론을 언급했다. 그는 “계엄이 실패하자 마자 프레임이 들어가서 뭐랄까, 사태를 순화시켰다. 조·중·동을 비롯해 보수 언론이 사태의 심각성을 워딩을 순화한다든지, 당시 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풀지 않음으로 해서 심각한 상황을 직접 지켜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순화해서 다가가게 한 측면이 크다”면서 언론의 정파적이고 선택적인 보도를 내란의 원인으로 꼽았다.

▲내란은 윤석열 정권의 민낯 뿐 아니라 언론의 민낯마저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기가 된 듯하다. (사진=ChatGPT)

개혁의 방향, 시민 역량 강화와 독립언론 키우기

개혁의 방향성까지 뚜렷하게 언급한 이는 많지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등 언론을 해설하고 대응하는 시민 역량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언론을 키우는 것이다.

송미정 씨는 “개개인이 정보를 취사 선택하거나 필터링하기는 쉽지 않으니 제도권 안에서 팩트체크를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혼탁하게됐다”며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해 보이고, 언론에서도 필터링을 제대로 한 다음에 노출이 되도록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종국(58, 영천) 씨는 “지배 구조가 문제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건강한 생각을 갖더라도 생존 문제가 클 수 있다. 그런 지배 구조 속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회사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이걸 압도적인 시민의 우월성으로 강제해내지 않으면 언론이 갖는 나름의 힘과 속성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개혁의 칼을 들이대면 강한 저항이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번에 탄핵으로서 내란 반란 정권을 끌어내린 시민들의 아주 압도적으로 뛰어난 역량으로 제압을 해야 된다. 그랬을 때 기계적 중립을 명분 삼아 결국 강자의 편을 드는 이런 언론이 서서히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홍승연 씨는 “언론의 개혁은 편향적인 보도가 계속되지 않도록, 저널리즘을 갖고 긍지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고, 구민호, 손기백 씨는 “뉴스민과 같은 지역 언론의 자생력을 키우고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구민호)라거나 “뉴스민이나 평화뉴스 같은 부분이 더 활성화 되어야 한다”(손기백)고 직접적으로 지역의 독립언론을 지목하며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민 TK리부트 취재팀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