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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경북 안동에서 일생 대부분을 지낸 조석옥(65) 씨는 변화하지 않는 지역의 정치적 분위기를 큰 문제로 여긴다. 지역 분위기는 내란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 점점 침체하는 분위기 속에서, 근래 들어서는 고령층의 정치적 고립은 물론,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청소년이 ‘계엄 놀이’와 같은 부정적 문화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되고 있어 걱정을 더하고 있다.
석옥 씨는 12.3 내란 사태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안동은 정치적 변화에 더딘 지역이라고 여긴다. 지리적으로도 고립됐고, 또 현대에 들어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나, 산업 발전에 따른 노동조합 활성화와 같은 변화의 흐름 또한 없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석옥 씨는 안동 지역이 내란 사태를 넘어서면서 변화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안타까움도 느낀다.
그러는 동안, 지역에서도 곳곳에서 사회 퇴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퇴직 교사인 석옥 씨는 특히 최근의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 들으며 걱정이 크다. 학교에서는 ‘계엄 놀이’가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저는 극우 보수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어떻게 변화하도록 할지, 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일례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계엄 놀이’를 하고 있다네요. 계엄에 대한 비판이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는 꺼내기 어려운데. 이런 상황을 듣다 보니 지역사회가 이번 사태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고령인 분들도 당연히 변화가 없고요. 안동도 과거에는 이승만이 아닌 조봉암을 지지하고, 박정희 정권 때도 민주당 소속 의원을 당선시키던 지역이었는데, 박정희 정권 이후 그 정권에 편승하게 되면서 지금에 이른 거 같아요. 문제는 지역 사회를 변화시킬 만한 여건을 찾기 어려운 점이죠.”
이 때문에 석옥 씨는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시민사회나 소수 정당을 응원하며, 자그만 희망도 건다. 더딘 변화지만,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의원이 당선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꾸준히 출마하며 입지를 다지는 정치인이나 지역의 변화를 바라며 활동하는 여러 활동가의 노력도 응원한다.
지역사회의 변화, 혹은 지역사회의 민주적 역량 강화는 내란에 대한 저항력으로도 작용하기에, 그만큼 중요하다고도 여긴다. 국가적으로 정치가 휘청이더라도, 지역 정치가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좀 더 안정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변화는 더디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변화도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활동가도 있고, 허승규 안동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 정치인도 있고요. 좀 더 진보정당이 활성화되고, 또 지역의 시민사회와 결합해서 천천히 지역사회를 바꾸어가길 바라요. 지역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는 건 정말로 중요해요. 중앙 정치가 휘청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지역이, 지역의 시민사회가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그러한 불안정한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줄 거라 생각해요.”
같은 문제의식으로 석옥 씨는 진보정당이 기초의회, 광역의회는 물론 국회에도 다양하게 진출하는 여건이 갖춰지고, 이를 통해서 법제도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주민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상이 개헌 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