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구 동구 개농장’ 적발 3개월 지났지만···상황은 더 심각

지난 3월 구청으로 소유권 넘어온 개들 대부분 안락사
1마리만 입양 완료... 동물구조 사실상 손 놓은 구청
동물학대 혐의, 경찰에 수사의뢰했지만 결론 못내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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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 동구(구청장 윤석준)는 관내 불법 개농장 시설을 적발했지만, 현재 상황은 더 심각해진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270여 마리 가운데 117마리가 동구로 소유권이 넘어왔지만 30마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안락사 됐다. ‘동물학대 상황에 놓인 개들을 현행 법이나 행정을 통해서 구조하고 보호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구 동구 역시 최소한의 행정적 조치를 이행하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대구 동구 그린벨트 지역서 270여 마리 ‘불법 개농장’ 적발(‘25.03.07)]

▲ 14일 오후 대구 동구 소재 개농장을 대구 동물권 활동가들과 찾았다. 뜬장에 갇힌 도사견들 모습.

14일, 대구 동구 부동 소재 개농장을 대구 동물권 활동가들과 찾았다. 대구동물권행동 비긴, 책빵고스란히 소속 활동가들은 ‘비질(vigil, 불침번·철야 기도 등 밤새 지키는 것을 의미. 동물권 활동가 사이에서는 주로 농장과 도살장 등을 방문해 현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뜻한다)’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이들은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공동 모임을 조직하고, ‘환경과 생명문화재단 이다’의 생명권 행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날 활동을 진행했다.

활동가들이 개농장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개조심’이라는 팻말이 먼저 눈에 띄었다. 개농장 입구에 각자 묶인 강아지 세 마리도 소리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소형견 정도되는 작은 개들은 자기 몸 정도 길이의 짧은 목줄을 한 채로 사력을 다해 낯선 사람들을 향해 짖었다. 개농장 시설 안쪽의 개들에게도 낯선 이들의 방문이 감지됐는지 개 짖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돌림노래처럼 계속 이어졌다.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코 끝을 찌르는 악취도 느껴졌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오물과 배설물이 쌓인 악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농장 주인의 동의를 얻어 내부로 들어섰다. 악취는 훨씬 더 심각했고, 촘촘하게 이어진 뜬장은 대충 봐도 수십 개는 족히 돼 보였다. 뜬장 하나당 최소 2마리에서 4, 5마리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차있었다. 농장주는 현재 개농장에 있는 개가 300여 마리라고 했다. 소유권을 포기한 117마리도 농장에서 여전히 관리하면서 불법 농장 적발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개는 없다. 개들은 일정 기간 입양 공고 이후 안락사를 진행할 때만 잠시 잠깐 농장을 벗어나, 평생을 살아온 뜬장을 영원히 떠날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해당 개농장 적발됐지만
당시 270마리···이중 117마리 동구로 소유권 넘어왔지만
남은 30마리 제외하고 1마리 입양, 나머지 안락

해당 개농장은 지난 3월 동물권단체 독드림의 제보로 적발됐고, 당시 대구 동구는 270마리가 농장에 있는 걸로 파악했다. 동구는 폐기물관리법, 가축분뇨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개농장주를 고발하고, 117마리의 소유권을 양도 받았지만, 개들의 구조를 위한 적극적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공고 절차와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117마리 중 30마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안락사된 것으로 확인된다. 입양은 1마리 뿐이다. 개농장이 이처럼 적발되어도, 실질적인 동물 구조 및 보호, 복지를 실현하기는 현재 관련 법과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지자체의 문제 해결 의지도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동구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입양 공고를 했지만 희망자가 없어 안락사할 수밖에 없었다. 입양을 보내기가 쉽지않다.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무한정 보호할 수가 없다”면서 “동물학대와 관련해서도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동물학대 혐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추가 고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14일 오후 대구 동구 소재 개농장을 대구 동물권 활동가들과 찾았다. 대구동물권행동 비긴, 책빵고스란히 소속 활동가들은 ‘비질(vigil, 불침번·철야기도 등 밤새 지키는 것을 의미. 동물권 활동가 사이에서는 주로 농장과 도살장 등을 방문해 현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뜻한다)’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현장을 둘러본 활동가들은  열악한 상황에 안타까워 했고, 그들을 실질적으로 구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구청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개들 상당수가 안락사가 됐고,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니(활동명) 비긴 활동가는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 오늘 수백마리의 강아지가 열악한 환경에 있는 모습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상당히 비위생적 환경이었다”며 “특히 보통 반려견 몸무게는 kg로 이야기하는데, (개농장주가) 근으로 언급하는 것도 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다르게 느껴져 씁쓸했고, 괴리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동물학대 상황인데도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너무 답답하다. 특히 (구청에서 소유권을 넘겨받은 개들) 상당수가 안락사가 됐다는데, 현재 방법으로서는 문제가 있다. 개들을 실질적으로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기훈 책빵고스란히 활동가도 “몇 개 월전에 적발이 된 상황이라 현재 남은 개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환경이 열악해서 충격적이다. 생명인 이들을 이렇게 밖에 대할 수 없었을까 하는 답답함이 든다”면서 “개들은 이러나, 저러나 죽는 상황에 처해 있다. 개들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에서 책임을 가지고, 이곳을 ‘생추어리(sanctuary)’화 해서 둥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동물권을 교육하는 장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공공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14일 오후 대구 동구 소재 개농장을 대구 동물권 활동가들과 찾았다. 뜬장에 갇힌 도사견들 모습.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