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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니토옵티칼에서 2002년부터 23년 일한 40대 노동자가 최근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니토옵티칼은 화재를 이유로 공장을 폐쇄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쌍둥이 회사로, 화재 이후 한국옵티칼의 물량을 이어받아 생산하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한국니토옵티칼 백혈병 피해 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고용노동부 엄정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올림에 따르면, A(46) 씨는 지난 12월 30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한국니토옵티칼 평택사업장에서 2002년 2월부터 23년간 재직했다. A 씨는 니토옵티칼에서 절단 공정, 도공 공정, 용해 공정에 각각 근무했다. 마지막 근무처는 용해 공정으로, PVA(Polyvinyl Alcohol) 등 편광층의 주성분이 되는 고분자 물질을 용매에 녹이는 공정이다. 이 공정에서는 톨루엔, 에탄올, 에틸아세테이트 등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며, A 씨도 톨루엔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정기적으로 받은 특수건강진단 결과에서도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정황도 드러난다. 특수건강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에 토출되는 업무 종사자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반올림은 A 씨 특수건강검진 결과서에 따르면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메틸에틸케톤, 메틸이소부틸케톤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정기건강검진 결과 혈액 수치 문제를 확인했고, 상급병원에서 골수 검사한 결과 12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최종 진단 받았다. A 씨는 현재 투약과 통원 치료를 병행하며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반올림은 A 씨가 휴직 상태로, 기본급 중 일부만 받고 있으며 회사로부터 치료비 지원은 일절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A 씨는 2025년 5월부터 약 30만 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8월부터는 이마저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올림은 A 씨가 니토옵티칼 근무 동안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고, 이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도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는 벤젠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이는 톨루엔,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혈액암 관련 유전력이나 개인 병력도 없다. 반올림은 동종, 유사 상병에 걸린 동료 노동자도 2명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A 씨도 참석해 피해를 증언했다. A 씨 측은 니토옵티칼에 지금까지의 치료비, 유급 병가 최소 1년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 제공과 현상 실사도 요구했다. 노동부에는 특별근로감독, 안전보건진단 등 신속한 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 전현직 노동자 질병 실태조사, 산업재해 발생 현황 확인 등을 요구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A 씨는)아직 산재 판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직접 사용하는 작업이 있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백혈병 발병과 강한 연관성이 추정된다”며 “A 씨는 화학물질 배합하는 일을 했고, 작업 중 방독마스크는 썼지만 짧은 순간이고 평소에는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백혈병 피해자가 추가적으로 있지만, 회사는 피해자를 감추고 있고 산재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명백한 산재 은폐”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생산과정은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세심한 부분까지 안전보건 체계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한국니토옵티칼에는 체계와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니토옵티칼 전현직 노동자에 대한 질병 실태조사에 나서고 산재 현황을 밝혀야 한다. 편광필름 제조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실태조사, 직업병 예방 연구로 나아가야 하며 반도체 등 소재 산업노동자에 대한 건강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니토옵티칼은 위장 청산된 한국옵티칼 물량을 흡수하면서 노동자는 승계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다”며 “고용에 대한 책임 방기에 이어 노동자 안전 문제까지 일으킨 니토옵티칼은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산재 피해 노동자와 해고노동자 앞에 나와 사과하고 노동자 요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뉴스민>은 산재 현황, 향후 대책 등을 확인하기 위해 17~18일 니토옵티칼 측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담당자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