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이주아동 구금에도 제도는 제자리···대안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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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A 씨가 단속돼 구금되자, 5세 자녀도 보호소에 함께 수용됐다. 아동은 코피를 흘리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고, 결국 통역인의 보호 아래 분리 조치됐지만 어머니와 떨어진 채 지냈다. 외국인보호위원회가 새로 도입되면서 보호일시해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번 사건에서처럼 아동이 방치되는 상황에서의 아동 인권 침해 우려가 커졌다. 결국 출입국사무소장이 직권으로 A 씨에 대해 보호일시해제 했지만, 유사 사례 반복 가능성이 지적됐다. 국회에선 외국인 아동 구금 전면 금지와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캄보디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A(39) 씨는 출근을 하려다 단속돼 울산출입국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5세 자녀는 어린이집에 간 상태였는데, A 씨가 단속됐다는 소식을 듣곤 함께 보호소에 들어갔다. 자녀는 보호소 안에서 불안 증상을 호소하며 코피도 흘리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고, 이틀 뒤(13일)에 보호소를 나왔다.

문제는 A 씨가 구금 상태고, 배우자도 미등록 상태에서 체류 중 올해 초 강제출국 당해서 자녀를 돌볼 다른 가족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A 씨 통역을 돕던 통역인이 임시로 돌봄을 해주기로 하면서 A 씨 자녀는 통역인의 집에서 어린이집을 다녔지만, 어머니와 분리 상태가 길어지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빠르게 A 씨를 보호일시해제 하도록 조치 해야 했지만, 이번달부터 새로 운영되기 시작한 외국인보호위원회가 변수로 떠올랐다. 출입국관리법이 사실상 이주민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으면서 개정됐는데, 개정된 법에 외국인보호위원회가 보호기간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 됐다. 법률에 따라 위원회는 전국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의 보호기간 연장이나 보호일시해제 등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다만 위원회가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 전국의 구금된 이주민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다 보면 A 씨 경우처럼 긴급을 요하는 사례도 긴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이주노동자센터는 여러 차례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출입국사무소장이 직권으로 A 씨의 보호일시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률상 여전히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장의 직권으로 보호일시해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요구 끝에 지난 20일, A 씨는 소장 직권으로 보호일시해제됐다. 자녀가 통역인에게 맡겨진지 일주일 만이다.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권익을 보호한다면서 보호위원회를 만든 게 오히려 일시보호해제에 제약을 가져오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다. 보호일시해제는 긴급하게 판단해서 긴급히 해제해야 하는데, 위원회가 자주 열릴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춘기 경주이주노동자센터장은 “외국인보호위원회 도입으로 보호일시해제를 신청하게 되면 일단 외국인보호위원회가 심의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소장이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권한도 있는데, 이번 사례처럼 아동과 보호자가 분리되는 상황에서는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직권해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가 외국인보호위원회 제도 시행 이후 아동 분리 상황에서 소장 직권으로 보호일시해제를 하는 첫 사례가 아닌가 싶다. 울산에서 선제적으로 한 조치지만, 다른 지역 사무소에서도 이 사례를 검토해 같은 사례에서는 적극적으로 직권해제해야 한다. 그리고 아동 분리 상황에서 소장 직권해제를 검토하도록 제도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외국인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아동 사진. 아동은 우측 상단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사진 출처=한창민의원실, 오마이뉴스)

외국인보호위원회 심의 장기화 우려 남아
이주 아동 구금, 아동권리협약 위반
한창민 국회의원, “이주 아동 구금 즉시 중단해야”

A 씨는 경주이주노동자센터의 노력으로 구금 후 열흘 만에 보호일시해제 됐지만, 여전히 외국인보호위원회의 심의 장기화 가능성, 이주 아동 구금 문제 등 인권 침해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실(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취학 전인 8세 미만 이주 아동 구금 사례는 꾸준하게 확인되고 있다.

▲전국 외국인보호소·외국인보호실 이주 아동 구금 현황 (자료=한창민 국회의원실)

한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법무부 외국인보호소·외국인보호실 19세 미만 보호외국인 통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적어도 41명(2022년), 많으면 316명(2024년)까지 19세 미만 아동이 보호시설에 구금됐다. 이중 8세 미만은 2020년 19명, 2021년 16명, 2022년 15명, 2023년 20명, 2024년 12명이고 올해도 5월 23일까지 13명이 구금됐다. 2020년엔 1세 아동이 141일 동안 구금되기도 했다.

아동 구금은 UN아동권리협약 제16조 사생활의 권리, 제28조 교육받을 권리에 관한 규정 위반 소지가 있고, 같은 협약 37조는 어떠한 아동도 위법적 또는 자의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구금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협약은 아동의 체포, 억류 또는 구금은 법률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최단기간 동안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무부령인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르면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보호(구금)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보호외국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역설적으로는 이주 아동을 보호소에 함께 구금하는 근거가 된다.

한창민 의원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년이 흘렀는데도 정부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구시대적이고 후진적이다. 국내외 인권 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주 아동 구금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출입국관리법과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19세 미만 외국인 아동 구금을 전면 금지하고 이주 아동들도 전문가 상담 가정위탁 양육 복지시설이나 의료요양기관 입소 조치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A 씨 사례와 관련해 특정 외국인의 보호 등에 관한 사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처분 원칙과 관련한 <뉴스민> 질의에 법무부는 “이주 아동에 대한 보호처분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실무적으로 14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보호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를 법률상 금지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의견 수렴 등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