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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 가능성과 전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호소와 국제사회의 응답’ 국제세미나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주관으로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96) 씨가 참석한 가운데, 강연자들은 일본 정부의 책임과 사죄를 강조하고 초국가적인 세계 시민들의 연대를 기대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96)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와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못 지켰다. 다시 새로운 대통령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꼭 해결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부 초청강연에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조선 식민지 지배를 일본의 국가, 국민에게 인식·반성·사죄하도록 만드는 일은 한일 양국정부와 시민의 공동사업으로,1965년부터 60년간 지속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고노 담화, 일본 현직 총리의 식민지배 사죄가 처음으로 나온 무라야마 총리 담화, 병합의 강제성과 식민지배의 폭력성을 인정한 간 나오토 담화 등을 되짚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이시바 일본 총리는 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 나아가 간 나오토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과 피해자 사과를 표명했던 일본 총리의 말을 위안부 피해자에게 그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한국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치유재단에 별도 지출한 100억원을 합쳐 한국정부의 위안부 문제 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며 “연구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위안부 문제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부 주제발표에 나선 김현정 미국 케어(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 대표는 ‘위안부(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군대 성노예)’ 정의를 짚으면서, 현대 역사상 가장 심각하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국가 주도 전시성폭력 사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유엔이 전시성폭력 대응을 위해 채택한 1996년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당시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의 보고서, 1998년 게이 맥두걸의 무력 분쟁 중 조직적 강간 및 성노예화 간행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해야할 일을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일본제국군 위안소 설치가 국제법 위반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받아들일 것 ▲중대한 인권 침해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회복적 정의의 원칙에 기반하여 보상할 것. 이를 위해 특별행정재판소를 설립할 것 ▲관련 문서 및 역사 자료를 완전하게 공개할 것 ▲피해생존자와 그 공동체에게 공식적으로 명확한 공개 사과를 할 것 ▲위안부 역사를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역사적 진실을 반영하고 인식을 제고할 것 ▲위안소 제도의 제도화에 관여한 책임자를 가능한 한 식별하고 처벌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이러한 기준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 역시 생존자들의 정의 실현 보다는 한일 간 외교 정상화를 우선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 대표는 초국가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과 유럽의 정부 및 기관들에 ‘위안부’ 가림비 철거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인권단체, 반인신매매단체, 전시성폭력 생존자 네트워크 등과의 연대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세계적 협력을 통해 공동학습, 상호지원, 공동옹호활동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여전히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국제 최고 법적 심판대에 올리고,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고, 국제법에 근거한 책임 추궁의 길을 열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도츠카 에츠로 일본 변호사(영국왕립정신의학회 명예펠로우)는 “당장은 어렵지만, 한일 간의 국제조약 형태의 인권재판소 설립을 위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츠카 에츠로 일본변호사는 전제조건으로, 한일 간의 화해 실현, 한일 간 동등한 인권(휴먼라이츠) 이해 구축, 인권 교육과 피해자 중심의 국제법 연구 등을 꼽았다. 그는 “일본은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고 국제법 위반이 무엇인지 교육, 연구를 통해 피해자 중심의 국제법을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한일 시민운동, 학계, 역사학자, 법조계, 정부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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