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상생발전기금 지원두고 논란

전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적절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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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일이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협약에 참여한 대형마트 측 대표와 소상공인 대표 간 상생발전기금 20억 원이 오간 게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대구시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대형마트 측이 소상공인 단체를 포섭하기 위해 돈을 푼 게 공정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노력한다는 협약 내용이 애초 상생발전기금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2년 12월 19일 오후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직접 참석해 추진 의지를 밝혔다. (사진=대구시)

대구시는 2023년 2월 10일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은 구청장·군수에게 있다. 하지만 당시 이를 대구시가 결정해 공표하고, 8개 구·군은 그에 맞춰 무리하게 행정 절차를 추진하며 논란을 빚었다. [관련기사=‘권한 없는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 2월부터 변경” 발표(‘23.01.13.)]

<대구MBC>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의무휴업일 변경에 앞서 2022년 12월 19일 대구상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대형마트 관계자 등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상생발전기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상인연합회에 전달했다. 이 단체들은 올해 초에도 의무휴업일 평일 유지에 힘쓰자는 취지로 10억 원을 추가로 주고받았다.

대형마트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통상적으로 주고받아온 상생발전기금이라는 입장이다. 이 기금의 근거가 되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협회 측은 “그동안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는 과정은 대부분 상생발전기금을 통해 이뤄졌다. 논란이 된 이번 협약과 기금 전달 역시 이 명목으로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생발전기금은 주로 대형마트가 특정 지역에 입점하기 전에 인근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단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이번 경우처럼 의무휴업 변경과 관련해 협약을 맺으며 지급된 사례도 없진 않다. 2014년 울산 남구지역 상인연합회가 대형마트와 “남구상인연합회는 의무휴업일을 매월 2회 평일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문구를 넣은 협약을 맺고, 상생발전기금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부산시상인연합회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전통시장 상생을 명목으로 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대형마트에 유리하도록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과정에 상생발전기금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애초 법 취지와 맞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 19일 대구경실련은 성명을 내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평일 변경 관련 비리 사태에 사과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며 “유통대기업이 상생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상인단체들에 지급하는 돈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상인들이 갈등, 반목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돈을 주고받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구시도 연관되어 있는 심각한 수준의 비리”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