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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더 심각한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프리카’ 대구의 쪽방 주민들의 건강과 주거권을 위해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쪽방 주민 지원사업을 꾸준히 펼쳐온 쪽방상담소는 건축설계와 건축환경적 측면에서의 실증적 연구 결과를 전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사회와 정책적 접근을 제안했다.
25일 대구 수성구 행복나눔의집에서 ‘2025 대구쪽방 주거환경 진단 보고대회’가 열렸다. 보고대회는 사단법인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부설기관 대구쪽방상담소, 행복나눔의집이 공동 주최하고, (재)숲과나눔 2025 풀씨연구회 5기 사업의 일환이다.
보고대회에서는 ▲저비용 IOT 센서 기반 대구쪽방의 주거평가(이종원 계명대 건축학과 교수) ▲작은 방, 큰 고통: 극한 여름기후에서 쪽방 거주민이 겪는 열스트레스와 생존환경의 재조명(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류지혜 연구 교수, 김성경 연구원)에 관한 발제가 각각 이뤄졌다.

발제에 앞서 유경진 행복나눔의집 간사는 경과보고를 통해, 쪽방에 대한 정의와 거주 실태 등을 설명했다. 유 간사는 쪽방을 ‘쪼개어 나눈 방’으로, 도시에서 접근가능한 가장 최저의 거주 공간, 낙후된 건물의 방을 작은 크기고 나누어 한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방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최저 주거 면적 14m2(약 4.2평) 미만 보증금이 없는 일세 혹시 월세 형태로 운영되고, 독립적인 취사·세면·세탁 등의 부대시설이 없는 주거공간이라고 했다. 올해 기준으로 대구에는 533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동구 126명 ▲서구 145명 ▲북구 50명 ▲중구 212명이라고 했다. 2020년 713명, 2024년 592명 등으로 주변 재개발로 쪽방 거주 인원은 감소하는 추세라고도 했다. 거주민 가운데 496명이 남성이고, 수급자는 346명으로 보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쪽방건물 연도는 평균 1973년이고, 평균 주거 전용 면적은 9.3m2, 주거비 평균은 22만 5,323원으로 확인된다.
유경진 간사는 “쪽방의 폭염은 매년 되풀이 되고, 사회의 문제의식도 도돌이표”라면서 “쪽방촌 거주민들이 직면한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해 건축설계적, 건축환경공학적 분석과 사회복지적 접근을 통합해 주거환경의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진단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종원 계명대 건축학과 교수 연구팀은 에너지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저비용 IoT 센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대구 쪽방촌에 실증 적용했다. 이 교수는 온도, 습도, 미세먼지 (PM2.5/PM10), CO2, TVOC, 포름알데히드, 움직임 센서 10가지 환경요소를 측정하는 통합 센서 모듈과 WiFi/LTE 통신 기능을 결합하여 취약계층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연구 결과, 쪽방촌 실내외 상당한 온도차, 겨울철 일부 가구의 실내 온도 5°C 이하, 실내 습도 30~90%의 극심한 변동, CO2 농도가 WHO 기준(1,000ppm)을 초과하는 시간대가 전체의 60% 이상, 미세먼지(PM2.5)는 기준치의 2-3배 상회 등 거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기존 보다 장기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정책 대응에 대한 증거 제공을 통해 실내환경 성능평가 지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그린리모델링 효과성을 입증하고 향후 주거환경개선 복지지원 정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류지혜 연구교수·김성경 연구원은 대구 쪽방촌을 대상으로 폭염과 열대야 시기 실내 온열환경(온도, 습도, CO2), 온열쾌적감(TSV, TCV, TP, TA), 열 스트레스, 온열질환 증상 14종, 수면 만족도, 적응행동 등을 조사했다. 또 쪽방 거주민 맞춤형 설문지(ESQ: Environmental Symptoms Questionnaire)를 개발·활용했다.

연구 결과, 쪽방 실내 온도는 폭염 지속 시 40도에 육박했고, CIBSE(Criteria for Overheating Risk) 기준 과열 위험이 94% 이상으로 분석됐다. 특히 쪽방 거주민 78.6%가 ‘견딜 수 없는 더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열탈진, 두통, 불면과 같은 중증 온열질환 증상 경험도 확인됐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접근성은 낮고, 자연 환기(24.4%)나 선풍기 사용(38.7%)에 의존하는 현실도 전했다. 찬물 샤워(16.3%), 옷차림 조절(8.1%), 찬물 마시기(4.1%) 등 제한적인 적응행동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했다.
류지혜 연구교수는 “대구는 전국 최상위 폭염 발생지역이다. 쪽방촌 거주민의 과열 노출로 건강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여름철 쪽방 실내온도 40도 초과가 빈번해 온열 관련 증상이 다수 보고된다. 거주민 상당수가 불편하지만 참는다는 심리적 체념 상태”라고 안타까워 했다.
류 교수는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지역 맞춤형 폭염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면서, “쪽방촌 포함 폭염취약계층 정의를 명시하고 주거형태별 폭염위험군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 실내 온열환경 기준 설정 및 대응 의무 도입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건축환경 개선 사업 연계와 함께 저비용 냉방솔루션과 폭염 건강 모니터링 등 실내형 폭염 대응 사업 확대, 보건·에너지 복지·주거 환경 연계 정책 강화 등도 요구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이를 통해 취약계층 열 관련 질병·사망률 감소, 지역보건 지표 향상, 주거환경 개선 및 에너지 형평성 제고, 생활 안정성 강화, 지역사회 회복력 강화 및 복지·재난 대응 정책 선도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선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서 기후위기 속 대구쪽방 거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을 고민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이 자리에 관련 정책을 적극 논의하고 관심가져야 하는 대구시 담당부서 관계자가 참석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면서 “대구시의 폭염 대응 종합대책은 폭염 재난을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근본적인 주거 공간에 대한 대안과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은 진료사업국장은 발제에서 언급된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초기 경보 시스템’ 도입에 기대감을 전하면서, “혹서기 기온이 1도 오르면 사망 위험도는 5% 증가하고 심혈관, 뇌혈관, 호흡기 질환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만성질환자,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면서 “쪽방은 무더위에 매우 열악한 주거 형태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미 건강 역시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매일 쪽방주민이 겪는 일상의 취약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하게 살아가기 턱없이 부족한 현재의 기반시설부터 확충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폭염 시기는 물론이고, 혹서기에도 쪽방촌 주민의 건강권과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당장은 폭염시기에 취약 계층이 주거시설 냉방 에너지 사용 권리, 폭염을 피해 이동할 권리 등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은 발제 발표와 다른 토론자의 의견 등을 종합해 “건축에선 쪽방의 열환경 구조 결함 진단, 기술에선 실시간 실내환경 측정 및 가구별 위험도 데이터화, 복지 측면에서는 고위험군 발굴 및 사례 관리, 체념 신호의 인지와 개입이 필요하다. 정책 측면에서는 기준 수립과 조례 제정, 자원 분배 근거 확립이 요청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기존 폭염 대책 기준은 ‘야외 체감온도’, ‘노인 등록 여부’로 되어 있어서 기술적 실측 도입은 위기가구 발굴이나 지원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또 쪽방 거주의 이유가 단순히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문제, 사회적 단절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일상적 통합 돌봄’의 관점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