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매진 행렬 삼성라이온즈, 홈 경기 현장표 빼놓은 까닭

디지털 취약층 위한 현장 판매...반응 나쁘진 않아
홍보 부족? 1시간 동안 10여 명 뿐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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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레전드’ 장효조 선수와 동갑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김병규(69) 씨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원년 야구팬이다. 김 씨는 높아진 야구의 인기에 몇 차례 야구장에 왔다가 표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4일부터 삼성라이온즈는 홈구장인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중앙매표소 10번 창구에 디지털 취약계층 전용 티켓 부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앞으로 삼성라이온즈는 장애인, 경로(만 65세 이상) 1인 1매로 외야지정석 150석, 훨체어석 3석을 현장 판매한다. 티켓은 일반 티켓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주중 6,000원, 주말 7,000원이다. 훨체어석은 5,000원이다.

판매는 경기 2시간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를 시작으로, 올해 기아 타이거즈가 3월, 엘지 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가 6월부터 각각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제도를 도입했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팬들에게 실질적인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다.

▲ 형님 윤정길(81) 씨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윤정웅(74) 씨가 디지털 취약계층 전용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있다. 4일부터 삼성라이온즈 구단은 윤 씨와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부스를 운영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흥행을 하면서, 티켓 파워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2일 KBO 발표에 따르면, 삼성라이온즈는 평균 관중이 2만 2,653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고, 올해 열린 홈경기(43회) 중 33차례나 매진을 기록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시즌권, 선예매권 등 사전예매를 포함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일찌감치 표가 매진돼 김 씨와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은 현장 관람이 어려웠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 원정경기에 다녀온 김 씨는 “서울 원정 경기 표 구하기 더 쉽더라. (잠실경기장) 3루에도 삼성라이온즈 팬이 가득 차 있어서 마치 홈 경기처럼 응원했다”며 “어제 지고있다가 내려오는 기차 시간이 다 돼서 중간에 나왔는데, 결정적인 역전 만루홈런을 못봐서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야구장에 못 오는 날은 TV로 야구중계를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보는 야구가 최고라는 김 씨는 혼자 야구장을 찾을 때가 많다고 했다. 김 씨는 “뭐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고, 잘 못 걷는 친구도 있고, 야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며 “좋아하는 걸 마음껏 즐기면서 사는 게 삶의 재미 아니겠나”라고 미소 지었다.

형님 윤정길(81) 씨와 함께 티켓부스가 열리길 기다리던 윤정웅(74) 씨는 기자에게 “혹시 현장 표를 못 구하면 어쩌나. 표를 구할 수 있냐”고 걱정했다. 윤 씨는 “평소에는 TV로 야구를 챙겨볼 때도 있는데, 디지털이 낯선 우리 같은 사람들은 표를 구해서 야구장에 오는 것이 어렵다”며 “날이 더워서 (밖에) 나오는 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면서 젊은 느낌을 좀 받지 않을까”라고 했다.

현장표 구하기에 성공한 윤 씨는 표를 구해서 감사하다면서, “현장에 오면 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막연히 왔는데, 표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즐겁게 야구를 보려고 한다”고 함께 온 형님과 함께 함박웃음도 지었다.

디지털 취약계층 전용 티켓 부스를 서성이던 조영호(68) 씨는 “오늘은 다행히 취소표를 구해서 표가 있는데, 오고 싶어도 표를 못 구해서 못 온 적이 많아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디지털 취약계층 전용 티켓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달서구에 거주하는 조 씨는 “온라인 예매 방법은 알아도, 손이 늦으니까 티켓을 끊기가 어렵다. 눈도 침침하니까 더 그렇다”면서 “틈틈이 들어가서 취소표가 있는지 계속 보다가 한 장 정도는 취소표가 생기니까 혼자 보러 올 때가 많다. 그런데 주말에는 취소표도 잘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삼성라이온즈가 디지털 취약계층 전용 티켓 부스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했다. 조 씨는 “취지가 참 좋은 것 같다. (구단이) 잘 한 것 같다”며 “오늘만 하는 게 아니고, 계속 하는 게 맞는지 궁금하다.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을 위한 매표소 운영 첫 날인데다 홍보 부족 탓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야구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약 1시간 동안 매표소를 찾은 디지털 취약계층은 10여 명 이내였다.

▲ 4일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홈경기도 매진됐다. 일반매표소에는 ‘전좌석 매진, 예매교환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