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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100만 명 가량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해마다 장애인 접근성 문제나 쓰레기 문제 해결이 과제로 지적된다. 올해 축제 조직위 측은 부족하나마 일부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는 조치를 했고, 다회용기도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걸로 확인된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치맥페스티벌과 같은 소비성 축제가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6시께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치맥페스티벌 현장은 가족,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이번 축제는 2.28 자유광장의 ‘대프리카 워터피아’ 메인 무대를 중심으로, 2.28 주차장의 ‘치맥 더 클럽’, 코오롱 야외음악당 잔디밭의 ‘놀러와요 EGG섬’, 야외음악당과 주차장 사이 ‘치맥 여행자의 거리’ 등 곳곳에 치킨 판매 부스, 이벤트, 홍보부스, 공연무대가 마련됐다. 구역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공통적이었다.

‘장애접근성’ 문제 개선나선 주최 측
“개선 환영하지만 ‘장애감수성’은 여전히 부족”
‘장애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 대구치맥페스티벌조직위원회는 올해 몇 가지 개선을 시도했다. [관련기사=같은 비용 지불해도 장애인엔 ‘불친절’한 대구 치맥페스티벌(‘24.07.09), 대구장차연, “장애인은 배제된 치맥페스티벌, 깊은 유감”(‘24.07.10)]
지난해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프리미엄존 내 휠체어·유아차 이동 제한 ▲무대 행사 접근성 부족 ▲동반 입장한 활동지원사에 대한 부적절한 안내 ▲수상 식음존 접근 불가 ▲무대 경사로 미설치 ▲수어통역 미제공 ▲행사 안내 홈페이지 내 외래어·어려운 단어 사용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조직위원회는 장애인 방문객을 도울 호출벨과 진행요원을 마련하고, ‘장애인 양보석’ 배치, 내부 잔디밭과 테이블 사이 단차 보완 등을 개선 사례로 꼽았다. 최성남 한국치맥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유료좌석 예약 단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호출벨을 배부해 화장실 이용 시 진행요원이 안내하도록 했다”며 “장애인 양보석을 앞쪽에 배치하고, 내부 잔디밭과 테이블 사이 턱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의 조치에 대해 현장을 찾은 장애인 당사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여전히 부족한 지점은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메인행사장에서 만난 휠체어 이용자 권영민(36) 씨는 “지난해엔 좌석이 너무 좁아 이동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공간도 넓고 양보석도 배치되어 있어 개선된 느낌”이라면서도 “여전히 휠체어로는 임시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공원 내 기존 화장실까지 멀리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휠체어를 이용하는 홍정수(39) 씨도 “화장실까지 1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인파가 많아 이동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적극 제기했던 노지성(30) 씨는 “지적한 부분은 대부분 개선됐지만,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에선 여전히 장애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는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야외음악당 쪽 냉방쉼터에는 턱과 회전문이 있어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며 “‘장애인 양보석’이라는 표현은, 표를 구매한 입장에서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다회용기 도입했지만
일부 구역서만 컵과 접시 활용되는 모습
활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 숫자 적고, 사람들은 몰리고
조직위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올해도 다회용기를 축제에 사용했다. 지난해 대여해 사용하던 다회용기)접시, 컵 2종)는 올해 직접 제작해 사용했다. 행사장 곳곳에 다회용기 반납함을 10여 개 설치했고, 이와 별도로 재활용 부스도 약 30개 설치해서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이를 관리할 진행요원도 함께 배치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제작한 다회용기는 2만 4,000개 가량이지만, 세척·살균·건조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기는 절반 수준이었다. 7일 대구시가 축제 5일 동안에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밝혔는데, 하루 평균 20만 명이 다녀갔다고 가정해도 방문객의 6% 가량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실제 현장에서도 다회용기보단 일회용기 사용이 주로 목격됐다. 토요일 오후에는 많은 업체가 일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다회용기 접시와 컵이 모두 잘 활용되는 곳은 ‘치킨포차’ 구역 정도였다. 메인행사장에선 다회용기 접시나 컵을 찾아보는 게 힘들 정도였다. 메인행사장에 비치된 다회용기 반납함에서도 컵만 일부 확인됐다.
다회용기를 쓰는 구역에서 만난 김규안(37, 대구 달서구) 씨는 “다회용기 접시를 선택하지 않았고, 판매하는 곳에서 다회용기 접시에 바로 담아주셨다. 딱히 불편한 것도 없고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좋은 것 같다”며 “쓰레기나 다회용기 반납하는 곳도 가까이 있어서 편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메인행사장에 마련된 재활용 부스에서 쓰레기 분류를 하던 박성남(47, 경북 포항시) 씨는 “저희는 다 일회용기로 받았는데, 딱히 선택지가 없었다. 옆테이블에서 다회용컵으로 맥주를 드시는 분이 있어서 신기했다”며 “축제에서 다회용기가 사용되는 것을 잘 몰랐다. 홍보가 더 잘 되면 좋겠다. 취지 자체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축제를 하다보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니까, 저도 축제 이용자로서 신경이 쓰인다. 저도 오늘 일회용품을 쓰긴 했지만, 재활용을 잘 하려고 신경써서 버리고 있다”며 “지자체나 주최 측에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축제 고민을 더 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물권’ 목소리 내온 N맥페스티벌, 현장 행동 나서
“반생명축제 중단하고, 시민 참여하는 친환경 축제 마련 필요”
한편, 같은 날 대구 N맥페스티벌 측은 치맥페스티벌이 열리는 두류공원 일대에서 치맥페스티벌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비인간 동물의 죽음을 요구하고 있다. 43만 정도(2017년 기준)로 추정된다. 그들의 죽음을 통해서 오직 인간만의 공존을 꾀하는 축제는 더 이상 축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무분별한 육식이 기후재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축산업은 가장 반지구적인 산업”이라며 “대구시는 치맥페스티벌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축제 기획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 축제 지침과 누구나 채식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조례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