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은 그렇잖아요? 화장하고 출근하세요”···여성 알바 4명 중 3명은 외모 품평

109주년 여성의 날···대구 알바노조 여성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13:06

“너 같으면 예쁜 직원이 있는 곳에서 물건을 믿고 사지, 못생긴 직원 있는 곳에서 사겠냐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외모를 꾸미도록 지적받았고, 다리가 두껍다. 뱃살 잡힌다. 얼굴 윤곽이 흐릿하다. 눈매가 매섭다. 등등 외모 지적도 많았다. 같이 일하는 남자 실장님은 슬리퍼 착용 등 복장과 자기관리에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성희롱 교육 확인란에 서명을 시키면서 알려주는 게 고작 ‘성희롱이 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이야’라고 했다. 결국 우리가 당하고 있는 게 성희롱인데도 알지 못한다. 당장 점장만 해도 외모 지적이 일상인데, 자신이 성희롱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남성 아르바이트생은 안경을 껴도 되지만,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안경을 끼면 매장에 내보내지 않았다. 렌즈를 장기간 착용해서 안구 충혈, 안구 건조가 생겨 힘들다. 단정함은 기본이지만,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통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OO백화점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서, 모든 직원은 6시간 단기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내용 중 여성 직원 용태 관련 사항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 교육하는 강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우리도 쌩얼 거울로 보면 좀 그렇잖아요? 고객분들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화장하고 출근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손님뿐 아니라 사장이 더 신나서 너는 살이 쪘다. 어딜 고쳐야겠다 등의 소리를 들었다. 손님에게 몰카를 당한 것 같아 사장님께 저 손님 꺼림칙하다 하니 너네가 다 어리고 예뻐서 그런 거라고 즐기라고 했다. 고기는 여자가 구워야 제맛이라며 남직원 한 명쯤 있어도 좋을 상황에 굳이 여직원만 뽑던 사장이었다”

109주년 여성의 날을 맞는 8일, 알바노조 대구지부는 대구 지역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 성희롱 그리고 끊임없는 외모 지적과 꾸미기 강요 실태를 공개했다.

알바노조가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1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125명(75.3%)가 외모 때문에 벌점을 받거나 지적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아르바이트를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업체 복장 규정 때문에 필요한 스타킹, 머리망, 구두, 렌즈, 화장품 등을 구매하는데 월 2만2,253원(응답자 평균)이 든다고 응답했다. 3만 원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51명으로 가장 많고, 2만 원(36명)이 다음으로 많다. 5만 원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자도 13명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에겐 치마와 스타킹을 규정으로 하는 업체가 많았다. 한 응답자는 “치마가 아닌 편리한 유니폼으로 대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응답자는 “스타킹이 자주 찢어져서 관리가 어렵고, 치마를 입어 동작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출근 전 외모를 꾸미는데도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응답자들은 아르바이트에 필요한 화장이나 복장 준비에 시간을 얼마나 사용하느냐는 물음에 25분(39명), 30분(28명), 35분(26명) 순으로 답했다.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답한 사람도 16명이다. 응답자 평균 29분이다.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는 “승무원 머리가 필수인데, 이건 하는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처음인 알바생은 한 시간이 걸려도 예쁘게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꾸미기가 강제적인 게 아니더라도 다 하고 있으니 안 할 수가 없다. 사업장에 20명 가까이 일하는데 안경 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다들 렌즈를 끼더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이른바 ‘진상 손님’으로부터 일상적인 인격모독과 폭력에 시달리지만 통제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로서 힘든 점이 뭐냐는 물음에 이들은 진상 손님 통제가 어렵다(33%)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서 친절한 태도 강요(25%), 화장이나 옷차림 등 외모 통제(24%) 순으로 꼽았다.

김영교 알바노조 대구지부장은 “머리망이나 스타킹 강요는 백화점이나 영화관이 많고, 화장품 가게는 여성 알바에게만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화장 강요는 업종 구분 없이 다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전국적으로 조사했는데, 큰 차이가 있진 않지만, 외모 지적을 당한 비율은 대구 지역이 높은 축에 든다”며 “알바노조는 꾸미기 노동에 대해서 비품 지급을 하라고 작년부터 요구하고 있다. 단체교섭 등을 통해 관철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여성 알바 노동자에게 아름다운 외모와 나긋한 말투 등을 강요하는 것은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별분업을 통해 돌봄 노동을 아무 대가 없이 착취해온 결과”라며 “사업장 내 여성 알바 노동자에게 화장을 강요하지 말라. 여성 알바 노동자는 민낯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여성성을 팔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