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도청’ 전우정밀 간부에 징역형 선고

대구지법, "계획적 범행, 죄질 나쁘다"
노조, "사안 중대성에 비해 약한 처벌"

15:15

기업노조 간부와 공모해 금속노조 회의를 불법 도청한 (주)전우정밀 간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기업노조 간부와 공모해 회의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 녹음기를 숨겨 도청한 회사 간부를 지난해 10월 기소했다.

▲화이트보드 지우개에서 발견된 녹음기(사진=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윤)는 7일 오전 10시, 전우정밀 간부 A(49) 씨를 통신비밀보호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기업노조 간부인 B(54), C(51) 씨에게도 통신비밀보호법 혐의로 각각 징역 8개월,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는 회사에서 부서장과 노조 간부 피고인이 공모해 상대 노조 견제를 목적으로 상대 노조 회의 내용을 녹음하고 노조 동향을 파악했다”라며 “범행이 계획적이고 수법과 내용, 죄질이 좋지 않다.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결성한 노조를 약화하는 활동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라고 밝혔다.

A 씨에게 항소 계획과 노조 피해 회복 의사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위법성에 비해 약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라며 “노조파괴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기만적 판결이다. 검찰은 즉각 항소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종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전우정밀분회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탄압에 나선 상황이었다”라며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회사 차원의 문제다. 대표이사 등 더 윗선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금속노조는 경북 경산시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전우정밀 노조원 교육 행사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서 숨겨진 녹음기를 발견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라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6명을 지난해 1월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간부 직원을 포함한 3명을 기소했다.

전우정밀은 2014년 4월 한국노총 산하 노조로 설립한 이후, 지난해 12월 조직 형태 변경을 통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2017년 1월 설립한 기업노조((주)전우정밀 제1노동조합)가 있다. 현재 교섭대표권은 기업노조가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