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김동은이 전하는 뉴노멀의 시대,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인간미 넘치는 의사 김동은의 사람이야기
코로나19 격리병동과 선별진료소의 생생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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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지은 책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가 지난달 도서출판 한티재에서 출간됐다. 부제는 ‘감염병과 혐오의 시대, 의사 김동은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한티재 낭독회에 참여한 저자(사진=정용태 기자)

대구에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달서구에 선별진료소를 준비하며 의료진을 구했다.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대경인의협) 소속 의사들은 자원해 지난 3월 2일부터 4월 5일까지 선별진료소를 맡았고, 기획국장인 김동은 교수도 함께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자 격리병동을 찾아 간호 업무를 도왔다. 의사보다 간호사 업무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쪽방거주인의 건강을 걱정하며 쪽방상담소를 찾고,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검사 체계가 없어 걱정하던 장애인들의 요청에도 응답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사) 전근배 활동가는 “김동은 선생이 이곳저곳 알아본 뒤에야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5명이 검사를 받았다. 검사가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추천사에서 김동은 교수의 성찰에 대해 “특수한 직업으로서 의사의 시각을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통찰이자 근본적인 지혜”라고 말했다. 백도명 교수도 달서구 선별진료소에 자원해 대구로 달려왔다.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는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대의 모습을 격리병동과 선별진료소에서 생생하게 기록한 ‘코로나19, 대구에서’가 첫머리다. 의사를 꿈꾼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사람의 향기’, ‘혐오와 차별을 넘어’, ‘내가 꿈꾸는 세상’까지 4부로 나눠 실렸다.

▲한티재 낭독회에 참여한 저자와 독자들(사진=정용태 기자)

1부 ‘코로나19, 대구에서’에는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의 헌신하는 모습, 감염 걱정으로 긴장한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 의료진의 모습을 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애인, 쪽방 주민, 이주노동자에게 더 가혹했던 모습도 담았다. 병원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린 많은 노동자의 모습과 의료진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와 각종 구호품을 보내온 국민에게 고마운 마음도 적었다.

확진 환자 발생 초기부터 병실이 부족했던 ‘메디시티’ 대구의 민낯을 확인하고 공공의료 확충이 시급한 이유도 밝혔다. 혐오의 시대일수록 인권이 보장되는 방역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정한 ‘뉴노멀(new normal)’도 얘기했다.

2부 ‘사람의 향기’는 사람 향기가 나는 의사, 인간미가 느껴지는 의사, 인성이 좋은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이비인후과 의사의 꿈을 키워준 어릴 적 고마운 의사 선생님과 밤새 외손자의 아픈 배를 어루만져 주셨던 외할머니의 ‘약손’에 대한 기억, 말기 암 환자의 빈소에 마지막 회진을 갔다가 고인이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받고 펑펑 울었던 기억,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의 신장 이식 수술이 성공해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적었다.

3부 ‘혐오와 차별을 넘어’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사연이다. 혐오와 차별에 상처받기 쉬운 암 환자와 에이즈 환자를 위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배려와 우리 사회 소외 계층의 보장받지 못하는 건강권에 대한 고민을 말했다. 북녘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한 노력, 또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의 공부방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며 느낀 점도 적었다.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병원에서 가난하고 상처받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웃음을 지켜주는 의사들과 함께했던 사연도 있다.

4부 ‘내가 꿈꾸는 세상’에서는 제주 영리병원 허용, 영리 유전자 검사 허용 등 영리화, 상업화 되어가는 의료 현장의 실태를 비판한다. 청소년의 먹방 시청과 수면 부족을 걱정하고, 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받는 병원과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러 청사진도 제시했다.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가 아니라 국민에게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대규모 바이러스 검사로 확산을 막고, 확진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 준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응원도 담았다.

김동은 교수는 주말이면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를 찾고, 폭염이 오면 쪽방 주민 진료에 나선다.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위한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북한에 어린이병원을 세우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의료를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는 ‘의료 상업화’, ‘의료 민영화’에 강한 알레르기가 있다. 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받는 병원과 세상을 꿈꾼다. 함께 쓴 책으로 <포스트 코로나 사회>(2020),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 2>(2017)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