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옛집’ 기념관 건립 시민토론회···“행정기관 협조 필수”

19:17

전태일 열사 옛집을 기념관으로 조성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옛집이 너무 낡아 수리가 필요하고, 관련 법 준수를 위해 관계 기관의 적극적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이 마련된 상태는 아니라면서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27일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 옛집,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구전태일기념관 건립 방향을 논의하는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27일 오후 4시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상상홀에서 ‘대구 전태일 기념관 건립 방향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전태일 기념관 건립 추진 사업과 관련 공식 논의 석상에 이날 처음 대구시 관계자가 참석했다. 강연근 대구시 도시재생과장은 “현재로선 대구시에서 관련 예산을 지원할 체계가 마련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역사 문화적 장소를 발굴하고 만드는데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옛집이 너무 낡아서 복원 사업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봉 대구시 건축사회 이사는 “지진 한 번 나면 무너질 정도로 낡은 집이라 안전 진단도 필요하고, 기둥이나 서까래, 기와 등도 교체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건축법상의 문제를 검토하고 함께 행정처리도 이뤄져야 한다. 행정기관의 유기적 협조 없이는 복원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전태일 열사는 이 집에서 살았던 2년여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했다.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장소 복원을 통한 전태일 기억하기’라는 발제를 통해 “건축가와 시공자,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참여 집단지성을 활용해 복원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며 “전태일 옛집이 전태일을 기억하는 활동의 시작으로,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시민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동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은 “전태일 열사의 흔적이 유일하게 남은 공간을 개발로부터 지켰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전국 국민에게 사랑받고, 전태일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공간으로 그 정신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71) 씨도 참석해, “옛집 복원에 힘써주신 대구시민들과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옛집의 추억을 회상했다.

▲ 27일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이 개최한 전태일 기념관 건립을 위한 시민 토론회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왼쪽에서 다섯번째) 씨도 참석했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시민 기금 조성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 2178-1에 위치한 전태일 옛집을 매입했다. 기금은 2여 년에 걸쳐 3천여 명 시민이 5억여 원을 모았다. 옛집은 전태일 열사 15살 무렵 1년 6개월가량 열사의 여섯 식구가 살았던 곳이다. 이들은 향후 대구시와의 간담회,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 보전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기사=‘허물지 말아 달라’···전태일 옛집, 8년 만에 빛 보는 약속(‘19.9.17), 전태일 50주기, 고향 대구 살던 집에 ‘전태일’ 문패 걸린다(‘20.11.4))

장은미 수습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