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 기계가 바꾼 노동시장] (상) 키오스크가 밀어낸 노동취약층

2027년 키오스크 시장 51조원 예상
키오스크 대체 일자리, 저임금, 고용보험 미가입, 장시간 근로
취약한 노동부터 대체···연구나 고용대책 마련 늦어

14:24
Voiced by Amazon Polly

#1. 6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 대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북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3층짜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주말 오후 10여 개 테이블에 20명이 넘는 손님이 있지만 층마다 자리 잡은 키오스크 덕분에 큰 무리 없이 가게가 돌아간다. 아르바이트생은 “평일엔 두 명이 일하는데 대학가이다 보니 주말에 비교적 한산하다. 오늘은 기말고사도 거의 끝난 시점이라 혼자 오후타임을 맡았다”고 말했다.

#2. 6월 20일 월요일 오후 8시,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20여 평 카페에도 사장이 홀로 일하고 있다. 사장은 가게를 오픈한 2020년 4월에 키오스크를 들였다. 오픈시간인 11시부터 오후 4시까진 아르바이트생이, 4시부터 마감 시간인 밤 11시까진 사장이 일하고 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음료를 만들고, 제조가 완료되면 손님의 핸드폰으로 알람이 간다. 한 번에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조금 바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여유가 있다.

키오스크는 더 이상 우리에게 신기한 기계가 아니다. 음식점, 카페, 은행을 넘어 주민센터, 주차장까지 무인화가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볼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연구보고서 ‘키오스크 확산이 외식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세계 인터렉티브 키오스크 시장이 매해 연평균 6% 성장을 보이며 2027년 51조 원 시장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논의가 주로 인건비 절감과 고령층 이용의 어려움에 집중되며 이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 추이에 대한 조사는 부족하다. 무인화 기계가 대체하는 노동이 주로 취약계층에 몰려 있어 변화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직 종사자 비율이 높은 대구·경북의 변화 속도는 더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서비스직 종사자 비율 높은 대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무인화, 취약 계층부터 대체

국내 대표 키오스크 제조업체인 한국전자금융의 연도별 매출 현황을 보면 키오스크 렌탈이 시작된 2016년부터 렌탈 출고량이 급증했으며, 2017년 판매 출고량은 2016년의 2배 이상 증가해,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동안 언론과 학계에서 주로 주목한 건 무인화 기계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약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묶어서, ‘사람을 덜 쓸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가게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 키오스크 1대를 이용하면 2~3명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대구 동성로의 한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 매장 입구 한 켠에 키오스크가 위치해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키오스크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키오스크의 기능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기계 1대에 500~600만 원에 육박하던 가격도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키오스크 업체 관계자는 “크게는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와 아이스크림 무인판매 가게에서 볼 수 있는 바코드 삽입용 기계가 있다. 그 외에도 사장님이 직접 앱으로 얼마나 편하게 조작이 가능한지 등에 따라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매년 새로운 기계가 나오고 서비스가 업데이트되니 2~3년 지난 기계는 가격이 헐값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키오스크는 노동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앞서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는 키오스크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대다수가 저임금, 고용보험 미가입, 장시간 근로의 외식업 근로자의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인건비 부담 증가, 언택트족의 증가, 키오스크 도입의 확산 등의 이유로 외식업 인력부족 인원 및 채용 예정 인원이 꾸준히 줄고 있지만 이들이 다른 일자리로 갈 수 없어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설명했다.

▲대구 동성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입구에는 키오스크 두 대가 있고, 카운터에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하세요’라고 안내되어 있다.

특히 대구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비율이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올해 2월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발표한 자료 ‘대구경북지역 가계소득 추이 및 시사점’에 따르면, 대구는 2020년 기준 GRDP 중 서비스업 비중이 72.6%(전국 63.2%)로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으론 지역 내 사업체 중 개인사업체 비중이 84.1%로 전국(78.5%) 시도 중 가장 높다.

키오스크 확산이 노동구조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2020년 한국경영학회에서 발표한 학술저널 ‘키오스크 산업 분석:도입 효과와 시장 전망’은 키오스크 기술 진보와 설비도입으로 인해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해졌음을 보여주며 “키오스크는 최소 근무 인원을 감축시킨다. 이는 노동수요가 임금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며, 여러 분야에서 노동생산성과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키오스크가 대체하는 서비스가 점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관련 정책 및 제도의 정비가 미비하고, 파급효과에 대한 대책이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키오스크가 가장 고용형태가 취약한 노동부터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나 고용대책 마련이 늦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노동조합이 조직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근무한다.

최영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 사무국장은 “자동화 서비스는 서비스 업종 가운데서도 가장 취약한 일자리부터 치고 들어온다. 노동조합이 조직된 곳은 여기에 저항하고 대응한다”며 “대형마트의 무인화 기계 도입 과정을 예로 들면 조직된 노동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순차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면서 대체됐다”고 짚었다.

이어 “프랜차이즈,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단시간 노동자가 대부분이므로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이 쉽다”며 “자동화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사람이 하기에 어려운 일을 대체하면서 노동의 집중도를 낮춰주는 부분도 있다. 다만 인건비를 아끼는 측면에 집중되다 보니 그 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의 고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