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셀프계산대 확대···계산원 ↓ 매출 ↑ 경영진 보수 ↑

셀프계산대 도입 그 후···계산원 줄고 매출‧임원보수 늘고
올 5월 이마트 셀프계산대 확대 지침 전달
계산 업무전가‧인력감축 이익은 본사로?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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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기술은 일터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는 키오스크와 무인계산대, 서빙로봇 등 자동화 기술은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일터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사람이 하기 위험한 일을 대신 한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여 자본의 이윤을 불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기사=[무인화 기계가 바꾼 노동시장] (상) 키오스크가 밀어낸 노동취약층(‘22.06.22.))

대형마트는 그 최전선에 있다. 노동조합이 조직된 대형마트의 경우 무인계산대 도입이 비교적 늦었지만, 한번 도입된 이후에는 무서운 속도로 계산원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전국 19개 점을 선정해 평균 34%의 셀프계산대 처리율을 50%까지 높일 것을 지시하는 문건을 내려보냈다. 12일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계산원들이 발령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개별 직원의 노동 강도는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셀프계산대 도입 그 후
계산원 줄고 매출‧임원보수 늘고

마트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8년 성수점, 왕십리점(이상 서울), 죽전점(경기)에 처음 셀프계산대를 도입했으며 도입 3년만인 2021년 1월 기준 127개 점에 840대가 설치됐다. 노조는 2022년 6월 기준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 147개점에 1,000여 대 이상의 셀프계산대가 도입돼 운영 중이라고 추정한다.

▲이마트 성서점의 셀프계산대. 12일 평일 오후 12시 30분에 찾은 이마트 성서점 1층에는 셀프계산대와 일반계산대가 동시 운영 중이었다. 셀프계산대 근처에는 계산원 한 명이 대기하듯 서 있었고, 일반계산대 일부는 운영을 중지한 상태였다.

계산원은 줄었다. 이마트 121개 점의 계산원 파트 인력분석 결과 2018년 5,828명이던 인원은 2022년 4,755명으로, 1,073명(18.4%)이 감축됐다. 노조가 확인하지 못한 37개점을 포함한다면 인력감축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2015년 대비 대형점포가 2개 증가했고, 2016년부터 노브랜드 등 전문점을 확대 운영해 200여 개가 넘는 전문점, 지점을 추가로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2015년 3만 85명이던 직원 수는 2021년 2만 4,599명으로, 5,486명(18.2%) 줄었다.

늘어난 것은 매출과 임원 보수다. 2018년 약 17조, 2019년 19조, 2020년 22조, 2021년 24조로 연결재무재표 기준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영업이익도 지난해 어느 정도 회복을 이뤘다. 2018년 4,628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1,506억 원, 2020년 2,371억 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3,167원을 기록했다.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계산원 임금과 비교해 이마트 주요 경영진의 보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19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과 2021년 보수 금액을 단순 비교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36억 900만 원에서 38억 9,100만 원(7.8% ↑)으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은 30억 6,900만 원에서 32억 9,800만 원(7.5% ↑)으로 늘었다.

올 5월 이마트 셀프계산대 확대 지침 전달
계산 업무전가‧인력감축 이익은 본사로?

이마트는 셀프계산대 확대 방침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5월 본사에서 각 지점에 전달한 ‘SCO(Self Check Out, 무인 계산대) 확대 Pilot Test’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 19개점을 샘플로 선정해 전점 기준 평균 34%인 셀프계산대 처리율을 50%까지 높일 것을 지시했다.

지침은 객수(상품을 구입한 고객의 수) 처리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산원이 계산하던 일반계산대를 미개방시키는 방법을 제시했으며, 실제 샘플로 선정된 지점들은 5월 30일부터 평균 100건 이하일 경우 일반계산대를 개방하지 않는 방식을 시행 중이다. 샘플 대상 점포는 SCO 구성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 위치하며 객단가가 낮은 점포로 추려졌고, 대구에선 이마트 성서점이 포함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10시 30분 이마트 성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마트 셀프계산대 확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는 “고객들이 일반계산대를 이용하기 위해 긴 줄을 서도 (일반계산대를) 추가 개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줄 세우고 있다. 고객이 기다림에 지쳐 셀프계산대로 유입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며 “지침 시행 전에는 셀프계산대에 1~4명이 근무했으나, 시행 후에는 10여 명이 넘는 계산원이 들어가 고객의 계산을 대신 해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는 “지침 시행 후 몇 개 개방하지 않는 일반계산대에 들어가는 계산원은 멈추지 않는 긴 줄로 인해 강한 노동강도를 버티고, 셀프계산대로 투입된 계산원은 객수 처리율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으며 의자도 없이 계속해서 서서 일하고 있다”며 “회사는 그동안 발령과 퇴직으로 빈 인원을 채우지 않으며 인력을 줄여왔다. 지침시행 이후 계산원들은 더욱 발령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객의 무임금 노동과 줄어든 계산원 인력을 통해 절감한 비용은 고스란히 회사에게 돌아간다. 앞서의 문건은 2019년 일반계산대를 21대에서 3대로 대폭 줄이고 셀프계산대 전용점으로 변경한 창동점 사례를 들며, ‘고객들을 체험하게 하고 학습을 강화해 고객 적응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본사가 셀프계산대 확대 방침을 전 지점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고객들이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면 할수록 계산원은 감축되고 몇 개 열리지 않는 일반계산대 계산원의 노동강도는 높아질 것이다. 이마트의 기만적인 셀프계산대 확대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시범 운영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 확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무인계산대 확대는 1인 가구 증가와 비대면 수요 증가 등 고객의 편의성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며, 정년퇴직 같은 자연 감소 외에는 인위적으로 인력을 감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