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판결 보니···”불법파견 5개 기준 전부 해당”

판결 확정되면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직접고용 의무 발생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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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원이 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며, 해고된 하청노동자를 직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법원이 밝힌 판결 근거를 보면 대법원의 ‘근로관계 실질’ 판단 기준 5가지 중 5가지 모두를 적용해도 사실상 아사히글라스가 해고자들과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있었던 것이 인정됐다. (관련 기사=항소심도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직고용 해야’ 판결(‘22.7.13))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손병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근로관계 실질’을 따지는 기준 5가지를 제시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형식상 도급계약이 체결돼 있다 하더라도, 당해 근로자의 업무에 관한 상당한 지휘·명령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인사·근로에 관한 결정 권한의 소재 계약의 목적 범위와 담당업무의 구별,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조직과 설비의 독립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서 실질적인 근로자 파견 관계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기준인 ‘업무에 관한 상당한 지휘·명령’을 따져봤을 때, 재판부는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작업지시서 등을 통해 도급인의 지시권, 검수권 범위를 넘는 정도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청은 개별 노동자에 대한 업무 지휘나 지시·검수가 아닌 하청 업체인 지티에스 현장 관리자에게 전달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지티에스 현장관리자 또한 원청의 지시를 해고자들에게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하청 업체가 사실상 원청업체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다고도 판단했다. 해고자들은 잡체인지, 청소, 각종 테스트 등을 원청 직원들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원청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도급 범위에 특정되지 않은 업무도 수행한 점 때문이다.

세 번째로 원청은 하청업체의 조직도를 넘겨받아 하청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포상, 작업 배치, 인원, 작업속도를 사실상 결정해 근무에 관한 상당한 결정권을 행사한 점도 인정됐다.

하청업체와의 계약 범위와 업무 전문성 면에서도 재판부는 하청업체의 업무 수행 범위가 불분명하고,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높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조직과 설비의 독립성 면에서도 하청업체는 독립적인 기업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했고, 원청업체 외에는 다른 사업장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 받은 직후 폐업한 사실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가 원청과의 사이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이 금지되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관해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 형태로 해당 근로자를 업무수행에 투입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 판례 기준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를 실질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아사히글라스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를 근로자파견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파견법을 위반한 상태에서 해고자들을 파견 받아 사용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파견법에 따른 고용 의무가 발생해 해고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13일 오전 10시 30분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