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재정 역할 중요···공공요금 인상, 시민 부담 증대”

경제 어려울수록 국가재정 역할 필요
지방정부 역할론 더욱 대두될 것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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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첫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물가 비상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식료품비, 외식비, 유류비 등 필수소비 품목 가격 상승이 커, 사실상 시민가계의 실질적 가처분소득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임금 상승은 여력있는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지방정부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오후 2시 대구YMCA는 ‘공공요금 인상과 서민경제, 그 대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민논단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종원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는 “지금은 지방정부의 재정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비상시 시민 가계 보호를 위한 저수지 역할을 해야 한다. 저수지처럼 물을 필요한 곳으로 긴급히 보내고 추후 상황이 호전될 때 다시 물을 채우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공공요금 동결, 감면, 바우처 지원 등 재정사업을 통한 긴급 대응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 예정
공공요금 인상 시 물가 상승률 더 높아질 것

지난 6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7월부터는 전기·가스 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는 데다 환율 급등, 수입원자재가격과 물가 상승 등의 압박이 다가와 7~8%대 물가 상승률도 졈쳐지는 분위기다.

▲이날 시민논단의 주제 발표는 신종원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신종원 이사는 “그동안 억제됐던 공공요금이 인상된다면 물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라며 “과거 독과점적 공급구조와 일방적 가격 결정구조에 대해 시민사회의 문제제기, 요금체계 합리적 개선요구 등 일종의 시장감시 활동이 늘 있었으나 미흡했다. 지금 공공서비스는 공기업화, 민영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 편입돼 있는 공공 서비스 구조와 가격 통제는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는 공공요금 및 물가인상의 대책으로 ▲소비자와 사업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 해소 ▲소비자는 정부와 국회, 기업에 대한 압력 활동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긴밀한 소통 및 협력 통해 입법적 해결 ▲지방정부는 단기적 응급대응 대책 마련 등을 꼽았다.

대구시는 버스, 도시철도, 쓰레기봉투 등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는 기조로 가고 있다. 신 이사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단체장이 어떤 관점과 의지를 갖고 정책을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단기적인 현안을 타개하고 지역사회 역량을 결집해서 효과를 보기 위해선 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경제 어려울수록 국가재정 역할 필요
지방정부 역할론 더욱 대두될 것

이어진 토론회에선 행정과 기업,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의견을 냈다. 임인환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당분간은 최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도록 시의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며, 최재원 대구시 민생경제과장도 “지자체의 가용자원을 모두 활용해 최대한 공공요금은 동결하거나 인상하더라도 시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게 시장님 의견”이라고 전했다.

▲토론에는 임인환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최재원 대구시 민생경제과장, 임채룡 한국전력 대구본부 마케팅운영부장,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이창용 지방분권 대구경북본부 대표가 참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긴축재정을 언급한 상황에서 복지나 서비스 예산이 감축될 가능성은 없냐는 질문에 최재원 과장은 “재정 분석 부서를 둬서 대구시 전체 예산을 검토하고 있다. 적정성을 검토해서 꼭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쓰자는 취지이니 복지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채룡 한국전력 대구본부 마케팅운영부장은 “불가피하게 7월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됐다. 인상요인은 33.6원 정도 있었지만 최대 상한인 5원 인상했다. 상반기 한전 전체 적자는 15조 원이었으며, 이대로 간다면 올해 적자는 30조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도 비상경영과 긴축재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요금 인상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시점에 왜 공공요금 인상이 언급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가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공공요금에는 교통, 상하수도같이 민간부문의 요금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과 전기같이 공기업에서 공급하는 것이 있다. 특히 전기요금은 중화학·철강 등 전기소모가 많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낮게 유지해왔다. 일반 소비자는 전체 전력의 7% 정도를 소비한다. 여러 요인을 고려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일반 시민이 입는 타격을 완충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발제에 이어 지방정부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시 나왔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예측 못할 변수가 많이 생길수록 관계기관이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군구를 넘어 읍면동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쥐고 있는 지역사회에 더 많은 권한이 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생산단가나 소비자요금을 조정하고 시스템을 관할하는 역할 정도를 해야 하는데, 한국사회는 (이런 분권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