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의 금요일] (1) 포스코 불법파견 판결, 그리고··· (하)

포스코 정규직 전환, 앞으로가 문제···제도개선은?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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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4일의 금요일’은 2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뉴스민>의 집중취재 코너입니다. 간단한 단신으로 다뤘던 뉴스의 이면을 한 발 더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4일의 금요일’ 첫 주제는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내린 철강업계 첫 불법파견 판결 이후를 살펴봤습니다. 상·하로 나눠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포스코를 들여다봅니다.

(상) 승소 후 첫 출근, 크레인 노동자도, 정비 노동자도 ‘안전관리자’
(하) 포스코 정규직 전환, 앞으로가 문제···제도개선은?

소송 제기 12년 만에 사내하청 노동자 55명이 포스코 정규직이 됐지만, 노조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노조는 근로조건과 직무 배치에 부당한 처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계한다. 산업계는 제조업 직접 생산 업무에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는 파견법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포스코 현장은 아직 큰 파문은 확인되지 않지만, 앞으로의 여론 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도 보인다.

포스코 정규직 크레인 운전자 A (30대) 씨는 포스코 관련 시사에 관심 많다. A 씨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문제가 현장에서 별달리 거론되지 않는다고 전한다. 하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여러 사례에서 펼쳐진 만큼, 포스코 내부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다.

특히 A 씨는 포스코 현장에는 고질적인 텃세가 남아 있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텃세 분위기에 더해, ‘정규직 입사 시험을 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안전관리자 직군으로 배치돼 뿔뿔이 흩어지면 노조 활동이나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A 씨는 “부서마다 형성된 자부심이 강하다. 부서마다 소위 ‘고인물’이 있고, 다양한 사람이 이팀 저팀 섞여서 일하는 상황도 아니다”며 “정규직인 나도 공장을 한 번 옮겼더니 오랫동안 텃새를 겪었다. 철새처럼 날아오면 누가 와도, 설령 선배라고 해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크게 관심 갖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뜻언뜻 언급하는 경우는 있다. 이슈가 본격화되면 아무래도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행 안전지킴이 자체는 어떤 조직에 섞여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회사가 문책하기 쉬운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갈등 요소가 잠재하는 만큼, 조직관리 측면에서 전환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적절하고 신중한 직무 배치가 중요해진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내하청 노동자가 과거 직무와 동일한 일을 하면, 그와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하청노동자의 존재로 인해 불법파견을 현장에 여실히 드러내는 꼴이 된다. 전환되는 노동자의 직무 재배치가 사측 입장에선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포스코는 이번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통해 일부 외주화된 업무가 파견법을 위반한 상태인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다른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직고용으로 전환된 55명을 포함해 총 800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추가 소송인단도 모집 중인 걸 고려하면, 소송을 제기한 원고 전원의 승소 시 1,000명 내외의 직고용 전환 수요가 발생한다. 2022년 6월 기준 포스코 소속 노동자(정규직+기간제)는 1만 7,752명이며, 사내하청 직원은 1만 7,890명이다.

<뉴스민>은 포스코에 직고용 전환자 55명에 대한 직무 배치 계획과 향후 추가 전환 시 계획과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직무 배치 시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포스코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답했다.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 55명에 대한 직고용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직고용 인력 전원은 포스코 정규직이 되며, 현재 진행 중인 도입 교육을 거쳐 적정 직무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7월 28일 대법원 포스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선고 후 금속노조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속노조)

산업계·노동계 첨예한 대립점 ‘파견법’
산업계는 시장 상황과 비용 문제로 “파견법 개정”
노동계는 “중간 착취” 지적하며 “파견법 폐지”

포스코를 포함해, AGC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 현대자동차 전산직 노동자 등 최근 제조업계에서 불법파견이 연달아 확인되면서, 파견법이 다시 첨예한 갈등의 복판에 놓였다.

산업계는 포스코 대법원 판결 직후 판결을 규탄하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일부 공정의 도급생산방식에 파견법을 적용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 변화, 노동시장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결로, 유사 판결이 이어지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철강협회도 “일관제철소는 특성상 다양한 직종과 직무가 필요하다. 전 세계 철강업계는 다양한 직종 직무를 구분해 원·하청 간 분업체계를 이뤄 조업하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도 인정하는 철강업 사내하도급을 금지하고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직고용하면 필연적으로 철강업계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핵심적인 문제는 비용이다. 협력업체와 직고용 상태의 비용 차이가 크다. 앞으로 법을 따라야겠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철강의 경우 내수보다 수출이다. 다른 업계는 (파견이) 자유로운데 한국은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선석하역기

반면 노동계에서는 산업계에서 직고용 비용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까지의 부당한 이익 편취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포스코가 노동자들에게 안전관리직을 맡기는 등 불리한 제안을 한 점도 비판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 이후 12년이 지났다. 그때 다들 현대자동차 망한다고 얘기했는데, 1만 명 가까이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현대자동차는 지금 더 잘 나간다. 포스코도 철강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견 제도 자체가 사람을 매매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원론적으로는 파견법 폐지가 맞다”며 “현실적으로는 파견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 건, 다시 말해 그만큼의 불법적인 이득을 기업이 불법파견을 통해 얻어왔다는 말”이라며 “비용 문제가 직접고용을 회피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파견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 고용 방식으로 도피하는 등 고용 책임을 탈피하는 쪽으로 기업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 정비 등으로 노동관계에 제3자가 개입해 중간 착취하는 실태를 근절해야 한다”고 제도적 정비 방안을 짚었다.

포스코가 전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안전관리직을 맡기려 했다는 점에 두고 정 법률원장은 “이번에 정규직이 된 노동자는 신규 채용이 아니다. 판결 의미는 과거부터 포스코 정규직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포스코에 인사권이 있지만, 직무 배치 전환할 때 당사자 의견을 묻거나 포스코와 노조의 단체협상에 따른 취업규칙을 따라야 한다. 함부로 배치전환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끝)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