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부동의 됐던 영양 추가 풍력단지, 5년 만에 조건부 동의

규모 줄고, 식생보전등급 1·2등급 상당수 빠져
산림청 승인, 영양군 내부 논의 및 군계획위원회 단계 남아
영양에 풍력발전기 88기에서 112기까지 증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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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구지방환경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 의견을 받아 무산됐던 경북 영양군 풍력발전단지 사업이 최근 환경부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얻었다. 2017년에 비해 규모가 줄면서 식생 보전 1·2등급 지역이 상당수 빠진 결과다. 지난달 22일 풍력발전사업자는 보완 계획서를 영양군에 제출했고, 절차에 따라 사업 인허가가 완료되면 영양에는 최대 112기까지 풍력발전이 늘어난다.

지난 2017년 풍력발전업체 (주)AWP는 영양읍 무창리 산 1번지 일원에 29만 8,082m2에 89.1MW 설비용량(1기당 3.3MW) 풍력발전기 27기를 설치하려고 했다.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지 생태적 연결성이 뛰어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등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우수한 산림지역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AWP는 지난 7월 11일 수정된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고,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얻어냈다. AWP는 새 계획을 통해 사업지 기존 주소지에 그대로 둔 채 사업 면적은 17만 3,356m2로 줄이고, 설비용량도 63MW로 낮추었다. 대신 1기당 용량은 4.2MW로 늘려서 총 15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달 4일 환경부는 2017년과 비교해 사업부지와 풍력발전기 수가 축소되면서 식생 보전 1·2등급이 빠진 점 등을 고려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정환진 환경부 자연보전국 환경영향평과장은 “2017년과 비교해 생태 문제가 줄어서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게 됐다. 과거와 비교해 위치도 변경됐고, 변경된 사항이 많다”며 “저희는 승인기관이 아니라 환경에 관한 협의 의견을 지자체에 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경북 영양군 양구리 일대에서 본 풍력발전기들. 경북 영양에는 현재 풍력발전기 88기(일부 영덕 지역 포함)가 가동되고 있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0기와 인허가가 진행 중인 14기가 추가되면 총 112기로 늘어난다.

조건부 동의 의견인 만큼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보고서를 보면 “자연생태계 우수 지역에 대한 사업구역 조정이 있었으나 여전히 일부 발전기와 관리도로가 낙동정맥 보호구역 및 식생보전등급 2등급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훼손에 상응하는 생태계 복원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2번 발전기 위치를 낙동정맥 지형축 훼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서측 방향으로 최대한 위치 조정을 요청했다. 또 10~15번 발전기 남서측 위치에 있는 기존 임도를 훼손되기 이전의 생태계로 자연화될 수 있도록 복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산양 등 멸종위기종에 서식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발전기 1기는 제척하기도 해서 사업은 최종적으로 14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인센서카메라 조사에서 사업지에서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 산양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된다. 보고서는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저감대책을 반영하라”고도 덧붙였다.

영양군에 따르면 산림청 협의와 영양군 내 부서 간 협의와 군도시계획위원회를 거치면 사업 인허가는 완료된다. 군도시계획위는 주민 대표와 전문가 등 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양에는 이미 풍력발전기 88기(영덕 18기 포함)가 가동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데, 현재 공사 중인 제2풍력발전단지(10기)와 새로 인허가되는 14기가 추가되면 총 112기까지 늘어난다.

반대단체, “전략환경영향평가 불신, 생태 훼손 우려”

지난달 31일 ‘무분별한 풍력저지 영양·영덕 공동 대책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생태 문제를 우려하며 추가 풍력단지 건설을 반대했다. 이들은 “2017년 당시 환경부가 부동의를 냈던 근거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무인카메라를 설치해서 확인해보니 산양, 하늘다람쥐, 담비,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1·2급이 서식하고 있다”면서 “사업예정지인 송하리에 수리부엉이 서식지 안내판이 있는데, 사업자가 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본안에 수리부엉이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공동 대책위는 사업 절차에 대한 불신도 표했다. 이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자(AWP)가 의뢰한 용역업체에서 작성을 했고, 이를 토대로 평가한다.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영양군에 풍력단지가 전국에서 가장 밀집·집중된 것은 바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군수들이 인허가 편의를 봐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협의기관(한국환경연구원·국립생태원·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검토의견을 공개하고 있지 않는 점도 의심했다. 이들은 “과거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이후에 각 협의기관들이 의견 내용을 공개를 했다. 이번엔 안 하고 있다”며 “조건부 동의 협의 의견이 나오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