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망연자실 포항 주차장 침수 사고···“누구를 탓해야 하나요”

7일 사고 수습 현장···한 아파트서 주민 7명 사망
빈소 차려진 포항의료원, 유족 통곡 소리만
구조된 시민 2명, 생명 지장은 없어
아파트 입주민들, 냉천 보행로 정비 사업 여파 의구심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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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탓해야 합니까. 가슴 아플 뿐입니다.”

포항 남구 인덕동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아파트 입주민 성정혜 씨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가 난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현장. 소방당국은 6일부터 7일 새벽까지 밤을 새 시민 9명을 구조했지만 7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7일 오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가 있는지 최종 확인에 나섰다.

오전 9시, 사고 현장에선 소방당국의 배수 작업이 진행됐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식수를 공급받느라 분주했다. 일부 주민은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사고 현장 주위 노상에 주차된 차량은 창문까지 토사로 얼룩졌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현장 지휘에 나섰다.

▲인덕동 아파트 노상에 주차된 차량의 창문께까지 토사가 묻은 흔적이 보인다.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현장

이강덕 시장은 급작스러운 우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시장은 “토사는 냉천에서 넘어온 것이고, 냉천 상류의 토사까지 포함된 거 같다”며 “비가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왔다. 도시개발이 되지 않았을 때는 냉천이 범람한 적 있고, 개발이 되면서 치수가 됐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강우량 변동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은 침수 피해 회복에 분주했다. 성정혜(37) 씨 가족은 6일 오전 아파트 방송을 잠결에 들었고, 주차장에 가지 않아 피해를 면했다. 자녀 셋을 기르는 성 씨는 6일부터 이어지는 단전, 단수와 하수도를 쓸 수 없는 상황도 어렵다고 한다.

“어제부터 물, 전기 다 안나오고 화장실도 못 쓰고 있어요. 식수도 없는데 이제 생수 공급 받으러 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 이런 침수 피해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렇게 될 거라고 누구도 생각을 못 했겠지. 그저 지금은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 것이 가슴 아플 뿐이에요.” 

성정혜 씨

아파트 입구에서 자발적으로 주민 지원에 나선 입주민들은 이번 힌남노의 피해가 큰 것이 냉천 천변 보행로 점검 사업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졌다.

아파트 준공 이후 줄곧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냉천 천변에 없던 길이 생겼다. 위에서 보니 냉천에서 다 넘어왔다. 95년부터 살았는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매미(2003년 태풍) 때도 이런 적이 없다”며 “보행로가 생긴지는 불과 몇달 되지 않았다. 그 보행로 때문에 강 폭이 좁아졌고, 그 물이 넘어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고향의 강 살리기 사업인데, 공사 설명회 할 때 부정적이었다. 취지는 좋은데, 물이 넘칠수도 있을 거 같았다”고 말을 보탰다.

이들이 지목하는 냉천 고향의 강 살리기 사업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 냉천 정비사업이다. 시는 245억 여원을 들여 냉천 일대의 치수 사업을 진행했고, 2020년엔 하류 지역 재정비 사업을 하면서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포항시는 정비 사업을 하면서 2012년 경상북도가 마련한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80년 빈도로 계산한 한계수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계수량은 시간당 77mm였지만, 힌남노는 포항에서만 시간당 100mm를 폭우를 뿌렸다.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를 보면 새벽 5시부터 7시 사이에 121.7mm가 내렸다. 포항시는 이번에 힌남노가 뿌린 비가 200년 만에 한 번 오는 폭우였다고 설명했다.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찬 빗물을 배수펌프로 흡입하고 있다.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현장에 방문한 이강덕 포항시장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인덕동에서 구조된 시민 9명 중 생존자 2명은 포항성모병원으로, 사망자 7명은 포항의료원으로 이동했다. 인덕동 아파트에서 포항의료원으로 가는 길은 냉천에서 흘러온 토사가 말라 먼지로 가득했다. 도로 곳곳에서 쓰러진 가로수나 침수로 방치된 차량이 보였다.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포항의료원에 차려진 빈소에 속속 도착했고, 빈소에는 유족들의 통곡 소리로 채워졌다. 노부부가 함께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변을 당한 피해 유족은 빈소 안내판을 보며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두 사람이 같이 갔다. 새벽에 비가 너무 오니까, 방송 듣고 들어갔으니까, 물이 많이 찼으면 안 들어갔을텐데, 얼마 안 찼으니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들이닥쳐서, 그러니 못 나왔지. 함부로 못 들어가도록 물이 찼으면 안 들어갔을 거고. 물이 어느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갔는데 순식간에···”

한편 소방당국은 인덕동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현장을 수색 중이며, 오후 2시 현장 상황 브리핑에 나설 계획이다.

▲포항의료원에 인덕동 아파트 침수 피해자 빈소가 차려졌다

박중엽 , 이상원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