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민수당 소득 인정 제각각···일선 혼란·기초수급 탈락도

일선 공무원들 자체 해석 과정서 혼선 생겨
“복지성 아닌 소득 안정 정책, 소득으로 인정해야”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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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모든 경북 기초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농‧어민수당(농민수당)의 소득 인정 여부가 지자체마다 달라 일선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농민수당이 소득으로 인정되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지만, 지자체마다 소득 인정 여부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는 농민수당 취지에 기반해 소득 인정 여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뉴스민>이 경상북도 23개 시·군청 농민수당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12개 시·군은 농민수당을 소득으로 인정하지만, 9개 시·군은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2개 지자체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농민수당이 소득으로 인정될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내용은 신청 전 동일하게 고지되지만, 지자체마다 소득 인정 여부는 달리 해석하고 있다. (사진=fliker)

경북 시·군청 가운데 농민수당을 소득으로 인정하거나, 인정할 계획이라 밝힌 곳은 경주, 김천, 봉화, 상주, 영덕, 영양, 예천, 울릉, 의성, 청도, 청송, 칠곡 등 12개 시·군이다. 이곳 중 상주, 영덕, 의성, 청송에선 소수이지만 농민수당으로 인해 기초수급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2개 지자체에선 탈락 사례가 없는 걸로 확인됐고, 다른 지자체는 복지부서에서 확인 중이거나, 아직까지 관련 민원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시·군은 경산, 고령, 구미, 문경, 성주, 안동, 영주, 영천, 포항 등 9곳이다. 해당 지자체는 행정 간소화, 조례 해석, 담당자 재량 등의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위와 울진은 아직 인정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일선 공무원들 자체 해석 과정서 혼선 생겨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에선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경상북도 농어민수당 지원사업 시행 지침’에 따르면 농민수당 신청 시 복지급여 지원이 감액되거나 탈락될 수 있음을 사전에 공지하고 동의서를 첨부하도록 안내된다. 반면 농민수당 지급 이후 복지급여 지원 시 이를 소득에 포함할지 여부에 대한 지침은  없다.

따라서 농민수당을 소득에 포함하지 않는 지자체의 수급 대상자 가운데는 사전에 복지급여 지원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안내받아 자격요건이 돼도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기초지자체 담당자는 “경상북도 사업 지침에 따라 사전에 복지급여 지원에 탈락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반영이 될지 안 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아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상반기분 지급 이후 내부 논의를 통해 소득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개인적으로는 농민수당이 힘든 농업인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는 취지인데, 이를 소득으로 잡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자체 담당자는 “아직 도에서 별도 지침이 없기 때문에 업무 간소화를 위해 소득에 반영하지 않기로 자체적으로 결정했다. 농민수당 수령 여부 차이로 복지급여 지원에 탈락하는 경우는 아주 소수이고, 농민수당 신청 기간이 짧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농민수당을 소득에 포함한 시·군은 대부분 원론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도 연락해 물어봤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아 원론적으로 해석해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서에 농민수당 수령 명단을 넘기면 그중 기초생활수급자 명단을 축출해 소득에 반영하는 식이다. 현재까진 2~3명이 농민수당 수령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박경철 연구원 “복지성 아닌 소득 안정 정책, 소득으로 인정해야”

별도 조례가 마련된 김천, 봉화, 청도, 안동, 청송을 제외한 나머지 경북 기초지자체는 올해 1월 1일 시행된 ‘경상북도 농어민수당 지급 조례’에 따라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시행지침에 따르면 올해 지원 금액은 농가당 60만 원, 지원 비율은 도비 40%, 시·군비 60%다.

▲‘경상북도 농어민수당 지급 조례’에 따르는 경북 지자체는 올해부터 농가당 60만 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경상북도농업기술원)

경상북도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농민수당 조례에 대한) 시·도별 차이가 있어 보건복지부가 향후 일괄 기준을 정할 거라는 답을 받았다. 아직 지침이 없어 지자체가 자체 해석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해당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 소득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저소득층 지원에 대해 국가는 기본을, 지자체는 추가 지원을 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지원 대상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 주민으로 명시돼 있고 예산이 100% 지자체 부담이며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급여의 부가 서비스에 해당한다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소득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이 관계자는 “농민수당 조례는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사업은 아닌 걸로 안다. 따라서 조례 제정 시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해석을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농민수당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또한 조례 제정 시 부서 간 유기적으로 소통이 안 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제정 전에 충분히 전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사전 검토를 해야 하지만 충분히 안 된 경우, 의회가 움직여 수정하기까지 혼선이 생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농민수당을 소득으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금성 지급이라는 농민기본소득의 취지를 고려하면 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 복지성 급여가 아닌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지자체 조례로 실시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농민기본소득법을 제정해서 복지 부분과 충돌(산정 기준에서 제외)하는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