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의 금요일] (3) 경북 영양 풍력발전단지와 사람들 (상)

(상) 풍력발전사업, '주민수용성' 해결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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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4일의 금요일’은 2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뉴스민>의 집중취재 코너입니다. 간단한 단신으로 다뤘던 뉴스의 이면을 한 발 더 들어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4일의 금요일’ 세 번째는 경북 영양의 풍력 단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88기인 풍력발전기는 공사 중 10기와 인허가 중인 14기가 추가로 들어서면 경북 영양에 10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게 됩니다. 경북 영양을 찾아 풍력발전단지 현장을 둘러보고, 마을 주민들과 사업자, 영양군청 인허가 담당자 등을 만났습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에게도 더 나은 풍력을 위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상) 풍력발전사업, ‘주민수용성’ 해결이 관건

지난해 12월 경북 영양의 풍력발전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 달서구 대구지방환경청에서 10일 동안 점거농성을 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설명회와 공사현장에서도 여러 차례 반대주민 측과 사업자는 충돌했다. 주민들의 모니터링 결과를 근거로 산양 배설물이 발견된 공사 지점에는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풍력발전을 추진하는데 주민들의 반대는 필연적이다. 사업자들은 주민 동의를 구하는 주민수용성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하는 영양군 석보면 일대 제2영양풍력발전단지는 인허가에 5년이 걸렸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GS풍력 관계자는 “직전 사업자가 추진하던 기간을 포함하면 거의 13년이 걸렸다. 직전 사업주는 땅 주인과 문제가 생겨서 사업을 중단했다. 저희도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저희 회사는 어쨌든 주민들 이야길 많이 듣고, 최대한 동의를 구하려고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반경 4.5km 안에 9개 마을 400가구 중 99% 동의를 얻고 3가구가 반대했는데 100% 동의가 아니라고 당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 석보면 요원리에서 보이는 풍력발전기 모습

반대 주민을 포함해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에서 주민수용성 확보 문제는 풍력발전 명운을 결정하는 문제다. 풍력업계 관계자 A 씨는 “모든 사업자들이 주민수용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보상금과 주민동의 기준이 없다 보니 지자체마다 요구도 달라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100% 동의를 요구하는 곳도 있는데, 현실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계관계자 A 씨는 “환경영향평가나 인허가 등을 포함해 착공 전까지 7~8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어 폐업하는 업체도 있다. 업계에서 기준 마련 요구가 이어지자 정부는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흐지부지 됐다”며 “제주도에서 풍력사업자가 이익공유 형태로 당기 순이익의 17.5%를 납부하는데, 육지에서도 이런 기준 등을 정립해 잘 활용한다면 주민수용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전입지 평가제도 도입
공공적 관점의 개발 시각 필요성

전문가들은 갈등 해소를 위해 ‘사전 입지 평가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다. 사업자 측면에선 갈등 요인을 미리 제거하고,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7년 ‘3020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계획 입지 제도’라는 표현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실제 입법화 되지는 못했다”며 “현재는 발전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입지를 찾고, 그다음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 동의를 받는다. 주민 입장에서는 뒤늦게 알게 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5월까지 제주에너지공사 운영효율처에서 근무하며 제주도의 풍력공유화 운동을 위해 애썼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근거해 공공적 관점에서 풍력 개발을 했고, 그 결과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고 주민 반대를 최소화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김 위원은 “일종의 민주주의 문제다. 중립적 기구를 통해 부지를 발굴하고, 그 단계에서 기존 절차와 반대로 주민동의서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제주도라고 해서 아예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제도에서 이런 문제들이 있으니 이런 방법을 생각했고, 여기에 공공 개발 개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12월 반대 주민들로 구성된 ‘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대구 달서구 대구지방환경청에서 10일 동안 점거농성을 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의견 수렴과 관련해서 ‘언제, 얼마나, 어떻게’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성 (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박사(도시계획학 환경관리 전공)는 “재생에너지 ‘개발’은 현재 각 개별 법에 의해 인허가를 취득한다. 발전사업은 산업자원통상부 전기위원회에서, 개발행위 허가는 지자체장들이 한다”며 “그러다보니 주민 의견을 듣는 과정이 부족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실 시간이 돈이니까 간단히 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언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는 것이 있어야 하고, 얼만큼 들으면 충분히 들은 것인가도 중요하다. 공고 한 번이면 될 지, 지역 신문에 한 번 게재하면 되는 지, 설명회를 다섯 번을 하면 되는 지 것인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주민들이 그 사이트(site, 개발 예상 부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많이 낼 수 있는 제도가 많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사회영향평가라는 걸 넣어서 할 수도 있고, 조사 기관이 주민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무계획적으로 중구난방 이뤄지는 인허가와 풍력단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량제 등 체계적인 계획 개발도 요구된다고 했다. 김동주 위원은 “이 지역에 어느 정도 용량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어떤 단계로 하는지 계획 하에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종합적인 관리 계획이 없다”며 “사업자들 허가 신청 들어오는 대로 그냥 허가를 한다. 체계적 계획의 부재가 갈등을 더 만든 것 같다”고 짚었다.

정부 기관 역할도 중요
중재 및 실증 연구 진행되어야

풍력발전을 둘러싼 중재와 실증 연구 측면에서 정부 기관의 역할도 필요하다. 최용규 경북테크노파크 경북형뉴딜추진단 그린에너지센터장은 “신재생에너지는 국제적 흐름이다. 안 할 수는 없고, 해나가야 한다. 주민공청회도 하고, 설명회도 하지만 저주파소음이나 생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잘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공신력 있고 전문성 있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를 통해 주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주민수용성실 관계자는 “사실 모든 개발 행위 자체가 주민 수용성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소각장을 만들거나 공장을 짓는 것도 주민과 관계가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주주처럼 참여해 개발 이익을 나누는 ‘주민 참여 가중치'(주민참여형 개발이익 공유제)도 지금까지 150개 정도 사례가 있다. 참여 주민은 좋아하시더라”고 언급했다. 주민수용성실은 신재생에너지 추진과정에서 주민수용성으로 인한 갈등이 많아 이에 대한 해소를 위해 지난 3월 만들어진 신생부서다.

이 관계자는 “여러모로 갈등 해소 방안을 고민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나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콜센터도 저희 부서에서 운영한다. 참고될 사례들을 발굴하고 계속 찾아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88기나 풍력발전기가 들어섰고, 24기가 들어서고 있거나 들어설 예정인 경북 영양은 이미 갈등이 표면화되어 깊다. 영양군 이곳저곳에서 보이지 않는 상처가 벌어져 아물지 않은 채 새로운 상처가 더해지고 있다. (계속)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