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책상에 몰래 ‘부적’ 붙인 범어도서관장, 갑질 논란

수성구립 도서관 직원들, "주술과 갑질 의존한 관장 납득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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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립범어도서관

수성구립범어도서관장이 직원 몰래 책상에 부적을 붙이는 등 갑질 문제로 수성구 관내 3개 도서관 직원들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고 있다. 범어도서관은 수성구청 출연기관인 수성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고, 수성구청장이 당연직 이사장도 맡고 있다.

지난달 4일 범어도서관에서 새로 인사가 난 직원 2명은 자리 정리 중 책상 아래쪽에서 부적을 발견했다. 누가 붙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흘 후 도서관 회의에서 부적을 붙인 사람이 드러났다. 관장이었다.

직원들에 따르면 황인담 범어도서관장은 “직원의 건강을 위해 붙인 건데 뭐가 잘못됐느냐”, “구청장, 대통령도 다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적을 발견하고 고통을 호소한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범어도서관 직원뿐만 아니라 수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서관 3곳(범어, 용학, 고산) 직원들은 황인담 관장 징계를 요구하는 서명에 나섰다. 휴직이나 파견 중인 직원을 제외하고 도서관에 근무하는 직원 전체(54명)가 연명했다. 이외에도 황인담 관장의 사적 심부름 및 부당지시 등 갑질 제보가 수성문화재단에 알려졌다.

2일 수성문화재단은 노사협의회를 열어 부적 사건을 포함한 황인담 관장의 갑질 의혹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자 측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수성구를 대표하는 범어도서관의 수장이 주술과 갑질에 의존해서 도서관을 경영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범어도서관장이 직원 책상에 몰래 부착한 부적.

오승훈 수성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은 “부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다. 관장님은 직원들 안위를 걱정해서 했다고 하는데 직원들은 부담이 된다고 해서 고충을 제기한 직원은 공간 분리를 위해 자리를 옮겨드렸다”며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확인된 부분이 있다면 직위해제 조치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오 실장은 “여러 고충을 접수받았고, 조사 진행 중에 필요하다면 (직위해제도) 가능하다. 조사가 끝나고 징계가 필요하다면 인사위원회에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적 부착 사실에 대해 황인담 범어도서관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부적을 붙였다고 관장 스스로 밝혔다는 직원들의 이야기와 수성문화재단 설명과 상반되는 대답이다. 재차 물었으나, “붙인 적 없다”고 답했다.

직원들이 제기한 갑질 및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황 관장은 “제가 혼자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 검토 후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수성문화재단은 수성구청이 출연한 기관으로 2009년 설립됐다. 수성구립 범어도서관, 용학도서관, 고산도서관, 수성아트피아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3곳 직원은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 황인담 범어도서관장은 2010년 수성문화재단 설립과 함께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했고, 2017년 고산도서관장으로 근무했다. 2019년 11월 1일 범어도서관장으로 선임돼 근무를 시작했고, 임기 2년 후 연임됐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