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외모 평가 만연” 웹툰에 담은 ‘90년대생 대구 여성노동자’

오는 20일까지 전시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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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노동자회 주최로 ’90년대생 여성노동자가 말하는 일과 삶’을 보여주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 업로드 형식에 맞춰 제작된 만화) 전시회 ‘9X년생’이 17일부터 4일 간 모모연(대구 중구 중앙대로 58길 11-5)에서 열린다.

▲ 17일부터 대구여성노동자회 주최로 열리고 있는 인스타툰 ‘9X년생’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17일 전시회 첫날 저녁엔 참여 작가 일부와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열렸다. 배현주 대구여성노동자회 정책국장은 참여 작가들에게 인스타툰에 참여한 계기와 준비 과정, ’90년대생 여성노동자로 대구에서 산다는 것’ 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회초년생이자 여성노동자로 ‘성적 대상화’를 느낀 경험을 공통으로 꼽았다. ‘간장'(활동명)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직장 생활에서 자신이 ‘소’가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키와 손, 발, 패션 등을 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꾸미고 가거나, 그렇지 않거나 모든 것을 ‘연애감정’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중에서도 최악이었다.

‘니니'(활동명) 작가도 “살이 찐 것 같다는 외모 평가가 일상적이었다. 휴가를 간다고 하면 ‘남자 친구와 좋은 데 가냐’와 같은 성적인 이야길(성희롱)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더라”고 토로했다.

김수현 대구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대부분 작품에서 직장에서 받은 외모 평가 경험이 나온다”며 “화장을 하든, 하지 않든 그런 평가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운 것 같다. 젊은 여성으로서 직장에서 그런 문제를 많이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참가자들은 작품에 접착식 메모를 붙여 자유롭게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직장에서 외모 평가를 받은 내용의 작품에 한 관람객이 남긴 소감.

참여작가들은 ‘꿈꾸는 직장’ 모습에 대해 소박한 바람도 드러냈다. 이들은 “남성과 여성 상관없이 그 자체로 존중받고, 근로기준법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시회 관람객 40대 여성 ‘모도리'(활동명) 씨는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은데, 2030 여성들의 애환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직장에서) 성별과 위계질서 안에 놓여있지만, 외모 평가를 타개하는 나름의 전략과 방식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런 한 명, 한 명의 모여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수현 활동가는 행사 취지를 전하며 많은 이들이 전시회를 찾아주길 기대했다. 김 활동가는 “대구지역 청년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성차별적인 현실을 알리고,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은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당사자들로 변화의 주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8명의 작가들의 ‘각자 회사에서 겪은 부당한 일’과 ‘자신이 꿈꾸는 회사’라는 주제로 한 작품들을 포함해 총 16편 작품이 전시된다. 이들은 이름이나 신상 정보 대신 각자 개성을 드러내는 ‘간장’, ‘니니’, ‘이응’ 등 활동명으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 17일 전시회 오픈 행사를 마치고, 참여 작가들과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편, 앞서 대구여성노동자회는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실태조사를 했고, 지난 6월 토론회를 열었다. 그 후속작업으로 지난 8월부터 현재 인스타툰 작가로 활동 중인 ‘씨냉’ 작가가 ‘인스타툰 제작 클래스’를 진행했고,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은 강의를 통해 3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 중 한편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공개고, 나머지 작품들은 이번 전시회 후에 차례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예정이다. (관련기사=“노력했지만 하향곡선” 대구 사는 90년대생 여성 노동자의 삶(‘22.06.10))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