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최변] 산불감시원 시험 중 사망,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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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 정치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법률 판단이 필요합니다. ‘달콤살벌 최변’은 법적 판단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뉴스민이 대신 질문하고, 최주희 변호사가 답변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한 가지씩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싣습니다. newsmin@newsmin.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대신 질문해드리겠습니다.]

Q. 지난 10월 18일 수성구 고모동에서 산불감시원 시험으로 무게 15kg 등짐 펌프를 메고 500m 구간 2바퀴를 13분 만에 돈 뒤 휴식하던 응시자 A 씨가 쓰러졌습니다. 119 구급대 도착 전 같은 시험 응시자가 인공호흡을 시도했고, 인근에 마련된 제세동기 등 구조 장비를 가져와 사용하려던 차에 119 구급대가 도착해 인계됐고, 병원 이송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산불감시원 채용 지침에는 응급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권고돼 있지만, 강제는 아니었습니다. A 씨 유족은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림청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시험에서 벌어진 상황,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A. 안녕하세요, 달콤살벌한 최변 최주희 변호사입니다. 산불감시원 채용과 관련하여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요,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산불감시원은 산림청의 주재하에 각 지역 산림청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라는 명칭으로 기간제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상 서류심사, 체력시험 및 면접을 통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산불진화대의 체력시험에서 사고가 계속하여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응시자격 요건과 평가 기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불진화대라는 업무 특성상 산림을 빨리 살펴보아야 하므로 체력검정은 어쩔 수 없이 검정에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출처 : 정선국유림관리소 2023년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모집공고]

그렇다면 이런 체력은 당연히 나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응시자격에 있어 연령대의 제한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최근 춘천국유림관리소, 정선국유림관리소 등에서는 그나마 나이 상한을 두어 만 18세 이상 만 70세 이하로 응시자격 요건에 있어 연령의 상한을 규정하긴 하였으나, 종전에는 만 18세 이상이면 연령의 상한 없이 모두가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직으로 산지를 돌보는 험준한 일을 하다보니 산림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응시자들이 많이 지원하게 되었고, 나이에 부치게 무리하게 체력검증을 이수하려다 보니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응시자격에 나이 상한을 두게 된다면 ‘노인차별’이 아니냐는 반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국가 및 국가기관으로서는 행정에 있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합목적적인 차별’은 할 수 있고 그러한 조치를 미연에 했더라면 이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살펴볼 점은 이러한 체력검증시험에 있어 이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적어도 체력검증시험 과정에 사고를 방지할 관리감독관을 배치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체력검증 시험 절차에서도 시험 경로 중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곧바로 대응하고 조치할 관리감독관을 배치하지 않아 오히려 같이 시험에 응시한 자가 인공호흡을 하고 뒤늦게 구급차로 실려가던 도중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 이번 사건의 경위라 할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산림청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시험에서 예견가능한 사고에 대해 미연에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과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이고 이 점에 있어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은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의 법적 판단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와 재산의 보호를 할 의무가 있고, 이미 종전에도 산림청 지침에 따라 산불진화대의 시험을 치르는 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험이 있음에도 관리감독관의 배치라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점은 분명 국가가 사고를 예견가능하였음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림청은 체력검증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협의 중이라 하나, 산불진화대라는 업무 특성상 체력검증은 필수적 요건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산림청은 산불진화대의 채용에 있어 체력검증요건의 완화가 아니라 응시자격에 있어 나이의 상한 제한과 체력검증과정에 있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젊은 청년이라 하더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산행을 하다 보면 실족사할 우려도 있으니까요) 이를 곧바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관리감독관의 배치 등이 더 현명한 조치라고 사료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검증요건의 완화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을 보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모쪼록 산림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현명한 개선을 해주기를 바라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