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의 앞으로 Afro] 예술로 만나는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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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따나라는 올해도 전국 12개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때로는 여행가는 기분으로, 때로는 궂은 날씨를 뚫고, 가까이는 대구 시내 학교부터 경북, 경남, 광주, 전북, 강원, 경기도의 학교들까지,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햇빛이 반짝이는 황홀한 바다를 선물받기도 했고, 지역 특산물 맛집 여행이 되기도 했다. 춘천에서 먹은 환상적인 닭갈비와 감자전은 아직도 단원들이 모이면 회자된다.

▲전국적으로 태풍이 불어 닥쳤을 때 비바람을 뚫고 4시간 운전해서 도착한 강원도 안흥초등학교 덕천분교. 전교생 8명과 교사3명을 위한 공연
▲전국적으로 태풍이 불어 닥쳤을 때 비바람을 뚫고 4시간 운전해서 도착한 강원도 안흥초등학교 덕천분교. 전교생 8명과 교사3명을 위한 공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신나는 예술여행>은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증진하고 문화 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복지 사업이다. 매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전국의 다양한 공연예술단체가 매칭된 순회처를 찾아가 수준 높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모는 아동, 청소년, 노년, 장애인, 특수, 일반의 수요자 유형으로 분류하여 (22년 기준) 신청하도록 하고 있으며, 예술단체는 선택한 수요자 유형을 고려하여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2022년의 신나는 예술여행 공모에는 총 1,560개 단체가 신청하였고, 319개 단체가 최종 선정되었다.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등의 요건으로 비교적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기회가 부족한 국민을 수혜자로 하는 지원사업이지만, 예술단체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비와 보장된 공연기회를 지원받는 2차 수혜자이기에, 특히나 이 어려운 시기 민간공연예술단체는 얼마나 선정되기를 고대하고 공을 들일지 짐작할 수 있다.

▲원따나라의 ‘예술로 만나는 아프리카’ 프로그램 중 1부 예술감상
▲원따나라의 ‘예술로 만나는 아프리카’ 프로그램 중 1부 예술감상

아동 대분류 수요자 유형 중 초등학교로 신청한 원따나라의 <예술로 만나는 아프리카 Let’s Go to Africa>는 1부 예술감상과 2부 예술체험으로 구성한 체험형 공연으로 초등학생 대상으로 각색한 서아프리카 춤과 음악의 넌버벌 뮤지컬 <REBIRTH>를 감상하고 작품 해설과 더불어 작품 안에 연주하는 젬베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전통악기들(실제로 다들 처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개, 아프리카 상식 퀴즈, 한국민요와의 콜라보, 다함께 배우는 만뎅댄스 등 접해보지 못한 이색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처음 접해보는 생소한 음악과 춤이지만 재미있는 스토리와 연출로 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 후 정보를 제공하며 교육적 효과도 노린다. 스스로도 감히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 자부하며 순회처 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극찬을 받아 왔다. 21년 동 프로그램으로 매칭되었던 학교가 수백 개의 다른 공연을 뒤로 하고, 올해 또 우리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재방문하는 학교도 있었다.

▲2부 예술체험 중 실로폰의 조상님인 전통악기 발라폰 소개

사실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생활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음향과 무대 셋업, 풍성한 출연진과 콘텐츠를 비용의 부담이 전혀 없이 제공받는다는 것은 어떤 장르가 매칭되더라도 공통의 혜택이다. 그렇지만 특히 비주류 장르인 우리가 느끼는 이 사업의 기능은 어쩌면 평생 접할 일이 없을 수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특수한 예술장르, 특수한 타문화에 대한 이색적인 경험을 이 사업을 통해 우연히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부 예술체험 중 함께 배우는 아프리카 댄스 ‘우리 동네 흥대장은 나!’

인생은 경험이다. 살아가며 쌓인 수많은 경험치가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정보가 적고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으로부터 인간은 본능적으로 회피하거나 경계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낯선 것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호감을 느끼게 하는 것, 아니 호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은 긍정적 경험의 빈도일 것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패턴과 컬러의 의상에 알아듣지 못할 가사로 노래를 부르지만, 극의 배경이 되는 서아프리카 기니 시골에 사는 소녀의 고민이 우리나라 시골 소녀와 비슷하고 어쩐지 익숙한 것도 같은 어깨가 들썩이는 장단에 흥이 난다. 에너지를 듬뿍 받은 아이들이 서로 무대 위에 올라와 춤을 추려 하고(비교적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초등학생이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중학생만 해도 일단 빼기 마련이다.) 공연자들에게 애정을 듬뿍 표현하고 가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우리 미래, 우리 새싹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다문화 감수성과 공감을 동반한 인류애를 이러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했으면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비주류인 여러 타 문화의 예술장르, 예술단체들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에 많이 선정되어 전국 방방곡곡 다양한 소울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길 희망한다.

▲공연이 끝난 후, 와싸와싸(말린케어로 아자아자)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