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회-중구청 관광 사업 예산 삭감 두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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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대구시 중구 관광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중구청과 중구의회가 크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구청 간부들이 찾아와 위압적으로 압박했다며 류규하 중구청장의 사과와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오전 권경숙, 김효린(이상 국민의힘), 이경숙(더불어민주당) 등 중구의원 3명은 중구청에서 성명문을 발표하고 ‘무력을 통한 공포심 조성으로 의정활동을 폭력행정으로 제압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구청장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류 구청장과 마찰을 빚었다.

▲15일 오전 중구의회 의원 세 명은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사진=김효린 의원)

지난 14일 중구의회는 283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중구청이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 3,0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하고 2,967억 원으로 의결했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은 민선 8기 중구청의 핵심 공약인 ‘역사문화자산의 보존과 복원을 통한 관광인프라 조성’을 위한 주요 사업 예산이다.

예산이 삭감된 사업은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사업 35억 원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사업 5억 원 ▲동성로 화단조성 사업 1억 원 등 총 40개 사업이다. 예결특위를 통과한 감액 예산안은 14일 본회의에서 구의원 6명 찬성, 1명 기권으로 최종 확정됐다.

문제가 된 상황은 본회의 전날인 13일 발생했다. 중구의회 권경숙, 김효린(이상 국민의힘), 이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예결특위 최종 조정이 끝난 오후 10시경 양기석 부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간부들이 소회의실에 찾아와 예산 삭감에 대해 위협적인 태도로 항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여성의원들만 있는 소회의장에 집행부의 부구청장을 포함한 여러 간부가 들어와 ‘예산을 다 깎으면 일은 하지 말라는 말인가’ 등의 말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A 국장은 소회의장 옆문을 통해 상임위원장실로 빠져나갔고 직후 상임위원장실 의자로 책상을 찍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며 “이후 한 의원은 위경련으로 복통을 호소했고 다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며 귀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A 국장은 15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본희의가 열리기 전 삭감된 예산에 대한 계수 조정을 청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예결위 회의가 끝나기까지 기다렸고, 부구청장님이 설명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청했다가 ‘회의가 끝났으니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나온 게 전부”라며 “보고를 하러 간 자리인데 술을 마셨겠나. 나오면서 의자가 걸려 발로 밀었다가 우당탕탕 소리가 났고, ‘아이씨’라는 말을 한 사실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항의 조로 큰 소리를 낸 것, 의자를 발로 민 것은 잘못한 게 맞다. 오늘 오전 회의에 사과를 드리러 갔는데 회의가 정회돼 전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권경숙 의원을 포함한 중구의원 3명은 성명문을 통해 류규하 중구청장에 ▲의회의 권위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사과할 것 ▲A 국장의 폭력범죄행위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타당한 처벌을 내릴 것 ▲공개적인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양기석 부구청장은 당시 상황과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김오성 구의회 의장은 “관광예산 삭감에 대해선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의원들이 합의한 게 맞다. 중구청에서 항의하러 온 자리에 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할 말이 없다. 성명문은 의원 3명이 논의 없이 단독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