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임명은 승부조작

10:51
Voiced by Amazon Polly

스포츠에서 승부조작 방지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는 1980년대, 2000년대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 리그 전체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고, 한국의 프로야구도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2010년 드러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승부조작 파문은 팀과 리그뿐만 아니라 방송 채널까지 사라지는 결말로 끝났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특징 중 하나는 반자동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었다. E조 3차전 일본과 스페인의 경기에서 나온 골 장면 판독은 기술 발전에 지나치게 기댄다는 우려보다 공정한 판정 속에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다. 팀 경기에서는 심판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만약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1986년에도 있었더라면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멕시코와 8강전에서 손으로 넣은 소위 ‘신의 손’ 오심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라는 주장은 이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기 중 미처 파악하지 못한 중대한 오심이 없었는지 살펴보는 일도 축구에서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12월 12일 취임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그런 점에서 김광동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은 사실상 역사 승부조작을 조장하는 일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역사의 잘못을 다시 끄집어내 시시비비를 가리는 역할을 맡은 곳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스스로도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 시에 일어났던 다양한 인권침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등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 이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기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을 결정한 사건, 추가로 접수된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10월항쟁 과정에서 일차적인 책임을 ‘민간인을 법적 절차 없이 임의로 살해한 현지의 경찰에게 있다’며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일어났다고 인정했다.

또, 2020년 11월 대구 가창면에 있는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건립취지문에는 “한국전쟁 전후 정치·사회적 혼란속에 많은 민간인이 무고하게 희생되었고, 그중에서도 가창 골짜기는 1946년 대구 10월항쟁 직후부터 1950년 한국전쟁시기까지 많은 민간인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억울하게 희생된 곳입니다…(중략)…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추모의 장이 되고 나아가 국민의 인권이 존중되는 참다운 역사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김광동 위원장은 수차례 10월항쟁을 대한민국 건국 저지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6월 기독교 매체 <월드뷰>와 인터뷰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공산주의자들은 그 전에 수많은 대한민국 건국 저지 투쟁을 벌였습니다. 1946년 10월 1일 대구 사건, 1948년의 남로당 2·7투쟁, 제주 4·3사건, 여수순천 반란사건 등 전면전 이전에 공산주의 체제로 떨어뜨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2014년 <한국논단>에 기고한 글에서도 김광동 위원장은 10월항쟁을 폭동이라고 지칭하면서 공산주의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폭동적인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대구 10월항쟁 및 보도연맹 희생자에 대한 진실규명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집단학살이 벌어진 곳으로 추정되는 가창면 용계리 일대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임 진실화해위원장에게 과거사를 반성하고, 생존한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5.18 북한군 개입설까지 주장하는 김광동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놓고 승부조작을 하라는 신호와 다를 바 없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