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땅이 알고보니 국유지’···군위 돌담지구 부동산 사기 의혹 ②

군위군의 허술한 조합 인가···사업 고지한 ‘군보’는 사실 관계 틀리고
조합원 자격 없는 이들도 조합원으로 등록
규약 고려하면, 조합 설립 법적 요건 갖추지 못해
군위군 당시 관계자, “조합장이 비정상적 조합 구성···우리도 그땐 몰라”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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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진숙(가명, 61)씨는 오래 알고 지낸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길 들었다. 경북 군위군에 좋은 땅이 있는데, 사두면 얼마 가지 않아 2~3배는 가치가 뛸 거라는 이야기였다. 이 씨는 오래 봐온 이웃이자, 새마을금고 이사장이라는 그의 경력을 믿고 투자를 마음먹었다. 부동산 투자라는 건 모르고 살아온 그였기에, 투자는 이사장에 대한 신뢰에 기반했다.

같은해 5월경 이 씨는 이사장의 처를 매도자로 해서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맺었다. 매매 대상 토지는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산 5-1번지 외 8필지. 산 5-1번지 외의 다른 필지는 주소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기재된 이 씨 취득 토지 면적은 565평, 매매 대금은 모두 1억 2,430만 원이다.

그 후 수년이 흘러서야 이 씨는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일하게 주소지를 알았던 산 5-1번지는 군위군 소유 국유지다. 그가 실제 등기된 토지는 1,200평이 조금 넘는 대율리 233번지인데, 그마저도 22명이 지분을 쪼개 등기된 상태다. 이 씨 지분은 4/74, 68평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알고 보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 14명은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은 이 씨에게 투자를 권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A 씨를 포함한 4명이다. 이들은 부계면 대율리 일대에서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한다며 조합까지 설립한 상태다. 피고소인 중 1명은 이 조합의 조합장 B 씨고, 다른 2명은 다른 투자자를 모은 C 씨와 그의 처 D 씨다. C 씨와 D 씨는 대구시의원을 지낸 지역 유지다. C 씨는 현재 한 지역농협 조합장이고, D 씨는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고소인들은 그들의 경력과 지위를 믿고 투자했다고 말하고 있다.

군위군의 허술한 조합 인가
사업 고지한 ‘군보’는 사실관계 틀리고,
조합원 자격 없는 이들도 조합원으로 등록
조합 인가 후 석 달 만에 규약 변경

▲2015년 군위군이 고지한 군보에도 돌담지구 사업에 대한 허술한 인가 흔적이 드러난다.

피고소인을 중심으로 설립된 군위군 돌담지구 전원마을정비조합은 군위군의 인가 결정에 허술함이 확인된다. 사업 고시문에서부터 사실과 다른 정보가 눈에 띈다. 2015년 군위군의 사업 고시를 보면,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소유 국유지를 포함해 전체 32개 필지가 사업 부지로 고시되어 있는데 내용에 오류가 있다. 32개 필지 중 조합이 보유한 토지 4개 필지가 실소유자 수와 다르게 군보에 고지된 것이다.

대율리 산 5번지의 경우 실제론 돌담지구 정비사업 조합장을 포함한 4명이 보유하고 있지만 군보는 8명이 보유한 것으로 고지했고, 산 5-2번지는 조합장과 전 씨, 류 씨 등 8명이 소유하고 있지만 군보는 10명이 소유한 것으로 고지했다. 조합이 제출한 잘못된 자료를 기본적인 검증도 없이 처리한 흔적이다.

조합 인가에 가장 중요한 조합원 산정과 인정에서도 오류가 확인된다. 2012년 조합 설립 당시 군위군은 돌담지구 정비조합 조합원을 26명으로 셈했다. 조합이 제출한 조합원 명단을 그대로 인정한 것인데, 함께 제출된 조합 규약을 보면 명단이 제출된 26명 중 일부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 자격 없는 이들을 제외하면 조합은 설립 요건인 ‘조합원 20명 이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조합은 2012년 7월 20일 창립 총회를 한 것으로 보고했고, 총회를 통해 제정한 규약을 보면, 조합원의 자격은 꽤 구체적이다. 규약에 따르면 ▲동일인이 2개 이상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 토지 수와 관계 없이 1인을 조합원으로 보고, ▲하나의 소유권이 수인의 공유에 속할 때에는 그 수인을 대표하는 1인을 조합원으로 본다. 1명이 여러 토지를 소유하더라도 조합원은 1명으로 간주하고, 여러 명이 1개 필지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면 그중 대표자 1명만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군보에 고시된 32개 필지 중 국유지인 8개 필지를 제외하고 조합이 소유한 필지는 24개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필지당 1명씩, 조합원은 최대 24명이어야 한다. <뉴스민>이 확보한 사업 부지의 등기부 현황을 보면 24개 필지 중 19개 필지는 모두 복수의 소유자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적으면 2명에서 많으면 22명까지 지분을 공유하는데, 조합원으로 등재된 26명이 중복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돌담지구 정비조합 조합장 B 씨는 5개 필지를 홀로 보유하고 있고, 별도로 12개 필지에 공동소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류 씨와 전 씨는 동일한 10개 필지 공동소유자다. 10개 필지에는 류, 전 씨를 포함한 8명이 동일하게 공동소유주로 확인된다. 이진숙 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산 5-1번지가 아니라 대율리 233번지에 다른 공동소유자 21명과 함께 이름이 올라있다.

특히 233번지를 나눠 보유한 22명 중 20명은 다른 소유자들과 달리 233번지에서만 이름이 확인된다. 규약에 따르면 이들 20명 중 많아야 1명만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고 다른 19명은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이들 20명 중 14명이 2012년 7월 설립된 조합(26명)에 조합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초 조합원 26명 중 14명(233번지만 보유)을 제외한 12명은 많으면 17개(B 조합장), 12개(A 씨의 처) 필지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중복된 이들을 제외하면 조합원 자격을 갖는 이는 20명에 미치지 못한다. 조합 설립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 씨, 전 씨, 류 씨가 매입한 군위군 돌담지구 전원마을 사업지 일대.

규약 고려하면, 조합 설립 법적 요건 갖추지 못해
마을금고 이사장 A의 처는 12개, 조합장 B는 17개 필지 보유
군위군 당시 관계자, “조합장이 비정상적 조합 구성···우리도 그땐 몰라”

군위군도 뒤늦게 조합원 인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언급하고 있다. 다만, 당시 군위군이 처리한 서류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합 인가 과정을 잘 아는 군위군 관계자는 “조합장이 자기 친인척을 넣고 해서 정상적인 조합이 아니고, 비정상적 조합을 구성했다. 우리도 그때 당시엔 몰랐다. 서류만 보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라며 서류상으론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하고 사업을 이끌어간 무리는 꽤 빨리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초 조합 설립 석 달 만에 대거 규약을 수정했다. 2013년 2월 이진숙 씨가 참석해 발언까지 한 것으로 기록된 총회에서 바로 규약 수정이 이뤄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관련기사=‘내가 산 땅이 알고보니 국유지’···군위 돌담지구 부동산 사기 의혹 ①(‘22.12.23))

회의록만 남아 있는 총회는 조합원 권리와 자격이 대폭 축소되는 방향으로 규약을 수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합이 건설 공급하도록 되어 있던 주택을 조합원 개별로 건축하도록 변경했다. 조합원 자격을 명시한 조항은 6개 항으로 구체적으로 적시되었던 것이 2개 항으로 축약되면서 지분 소유에 따른 조합원 자격 요건 등의 내용은 사라지고, “조합원은 조성 사업비를 납부한자로서 조합 설립에 동의한 자로 한다”로 바뀌었다. 조합원 권리 대리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조항과 조합원 권리 의무 조항도 모두 삭제됐다.

법상 조합 규약이나 인적 구성이 달라지면 관할 지자체로부터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은 변경 인가를 받으려면 변경 내용을 증명하는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군위군의 허술함은 변경 인가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조합의 총회가 있고 일주일 뒤인 2013년 2월 27일 변경 인가를 승인해준 것으로 확인되는데, 변경 인가와 관련해 제출된 서류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소인 측 관계자는 “여러번 관련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분실했다는 이야길 들었다”고 말했다.

군위군은 2015년 돌담지구 사업 고시를 하고 국비와 지방비 18억 원을 투여해 전기, 수도, 도로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사업 부지 현장을 가보면, 조성된 사업 부지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군위군은 관련한 <뉴스민>의 취재 및 자료 열람 요청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상원, 장은미 기자
solee412@newsmin.co.kr